역대 최악 태풍과 닮은꼴 ‘카눈’…한반도 수직으로, 천천히 훑는다

이혜영 기자 2023. 8. 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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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250명 낸 ‘루사’처럼 느린 속도로 장시간 영향 전망
남북 관통하며 9일부터 사흘간 강풍 동반 최대 600㎜ 폭우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접근 중인 8월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해안에 강한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제6호 태풍 '카눈'이 심상찮은 기세로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남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태풍 영향이 가시화 된 가운데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접어들며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카눈은 9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사흘 동안 최대 600㎜ 이상의 비와 초속 40m(시속 144㎞)의 강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1951년 관측 이래 처음으로 한반도 남북을 수직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눈이 세력을 키워 느린 속도로 장시간에 걸쳐 내륙을 지날 확률이 높아지면서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상청이 9일 오후 4시 발표한 기상특보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카눈은 제주도 서귀포 남동쪽 약 28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3㎞로 북북서진 중이다. 카눈의 중심 기압은 965h㎩, 최대풍속은 초속 37m(시속 133㎞)로 강도는 '강', 강풍 반경은 350㎞다. 강도 분류상 '강'(최대풍속 초속 33~44m)은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는 위력이다.

카눈 북상에 항공기와 배편 결항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날 오후 4시 기준 제주 서귀포와 윗세오름 강수량은 각각 117.0㎜, 108.5㎜를 기록하는 등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경남 거제 51.8㎜, 산청 42.5㎜ 등 남해안 지역도 빗줄기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초속 20~26m 강풍도 불고 있다.

카눈은 오는 10일 오전 3시 경남 통영 남쪽 120㎞ 해상을 지나 계속 북진, 국내에 상륙해 같은 날 오전 9시 통영 북서쪽 40㎞ 지점에 이르겠다. 강풍반경(풍속이 15㎧ 이상인 구역)은 340㎞로 한반도 동서 폭 평균(약 300㎞)을 넘어 전국이 영향권에 든다. 카눈은 10일 오후 9시께 수도권까지 직진하며 전국을 관통한 뒤 11일 오전 3시께 북한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은 8월9일 오후 김포공항 국내선 체크인 카운터에 결항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카눈은 북상하면서 세력을 더 키울 전망이다. 국내 상륙 때까지 카눈 중심기압은 현재보다 낮고 최대풍속은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심기압은 낮을수록, 최대풍속은 빠를수록 태풍 위력이 강하다. 특히 카눈이 10일까지 시속 15~20㎞ 안팎 속도로 상대적으로 느리게 이동할 것으로 예상돼 많은 피해를 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0명에 달하는 사상자와 5조원 넘는 재산 피해를 내며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꼽히는 2002년 '루사'도 카눈과 비슷한 시속 15㎞로 전국을 관통했다. 느린 속도로 21시간 동안 한반도에 머무르며 전국을 강타한 루사로 인해 사망자 213명, 실종자 33명이 발생했다. 당시 강릉에는 하루 동안 870㎜ 이상의 폭우가 내리는 등 전국이 초토화 되며 피해가 속출했다. 

36시간에 걸쳐 한반도 남북을 종단할 것으로 보이는 카눈은 1951년 관측 이후 한반도 중앙을 관통하는 첫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1951년 이후 태풍 경로상 지리산과 덕유산, 소백산맥을 넘은 태풍은 없었다"며 "산악 지형을 넘으면서 태풍의 중심이나 세력이 왔다갔다 하면서 많은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반도로 접근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의 8월9일 15시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천리안위성 2A호의 위성 영상 ⓒ 국가기상위성센터 제공

기상청은 9~11일 전남남해안과 경상해안은 최대 순간풍속이 시속 145㎞(40㎧) 내외, 강원영동·경상내륙·호남(남해안 제외)·충남서해안·제주는 시속 90~125㎞(25~35㎧), 인천·경기서해안·경기남부·강원영서·충청내륙은 시속 70~110㎞(20~30㎧), 서울과 경기북부내륙은 시속 55~90㎞(15~25㎧)에 달할 것으로 본다.

카눈에 의한 강수량은 강원영동 200~400㎜(많은 곳 600㎜ 이상), 강원영서·수도권·서해5도·충청 100~200㎜, 호남 100~200㎜(전남남해안과 전라동부내륙 많은 곳 300㎜ 이상), 영남 100~300㎜(경상서부내륙과 경상해안 많은 곳 400㎜ 이상), 울릉도·독도 30~80㎜, 제주 100~200㎜(산지 많은 곳 300㎜ 이상)로 예상된다.

특히 강원영동에는 10일 오전까지 시간당 60~80㎜, 최대 100㎜ 이상 내릴 때가 있겠다. 경상해안·경상서부내륙·전라동부내륙·전남남해안·제주에는 시간당 40~60㎜, 다른 지역에는 시간당 30㎜ 내외씩 비가 쏟아질 때가 있겠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고 있는 8월9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인근에 태풍이 몰고온 강한 바람에 빌딩풍이 더해져 우산을 쓴 관광객이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행정안전부는 카눈 북상에 따라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3단계로 상향하고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대본은 카눈이 출근 시간대인 10일 오전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급 행정기관 등에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시설물 안전 및 위험지역 점검과 선제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태풍 위력이 역대급이라는 보고를 받고 여름휴가 후 공식 복귀 첫날인 이날 철야 근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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