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루만에 도시 하나를 옮겼다” 군사작전 같았던 잼버리 4만명 대이동 뒷이야기
“하루 만에 도시 하나를 옮겼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 4만 명의 8일 대이동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군사작전 그 이상이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부실 준비 논란 속에 파행 고비를 넘는듯 했던 잼버리가 태풍으로 결국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의 참가자 규모는 전북 부안군 부안읍 인구(2만600명)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정부의 긴박했던 소개(疏開·Evacuation) 작전은 1014대의 버스를 동원해 10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4만 명을 하루 만에 안전한 곳으로 수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라며 “현장의 빠른 판단과 휴가 중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이동 작전은 무사고로 마무리됐다”라고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잼버리 참가자 인원은 개최지 인근 전북 부안군 인구(4만9000명)에 맞먹는 규모다. 한 도시를 8개 시도로 대피완료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잼버리 참가자들을 대피시키기로 전격 결정한 건 기상청이 “태풍 진로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는 예보가 나온 6일 오후. 이날 저녁 잼버리 야영장에서 현장 근무 중이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 관계자들과 스카우트 연맹이 참석한 회의를 주도하며 양측이 협의한 끝에 이동을 결정했다. 정부는 최종 8개 시도를 지자체와 협의해 참가자들의 숙소를 확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오후부터 태풍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동 작전은 8일 단 하루밖에 없어 시간이 촉박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6일 일요일 밤부터 시작된 대피 계획은 단 하루라는 시간적 제약 속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해결해가며 만들어졌다”며 “태풍의 예상 경로로부터 안전한 지역을 선정해야했고 잼버리 대원들의 이동 거리와 이동 시간 등도 감안해 후보 시도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세계연맹이 대피지역 선정과 제공 음식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수송 작전을 짜는 것도 큰 난관이었다고 한다.
행안부는 6일 밤부터 24시간 동안 1000대가 넘는 버스를 조달했다. 세계연맹이 정부에 알려준 대원수나 참가국은 실제와는 차이가 꽤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재차 인원을 파악하며 수송 작전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행안부가 하루 동안 1000대가 넘는 버스를 조달하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었다”라며 “강당이나 체육관과 같은 수용시설은 제외하고 최소 기숙사 수준 이상의 숙박시설을 유지하면서, 120개 이상의 지역으로 흩어진 대원들의 식사, 위생, 의료 지원 문제도 해결하면서, 낮시간 동안 4만 명 규모의 대원들을 8개 시도로 대피완료 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1800명 이상의 경찰관과 경찰 헬기 4대, 순찰차 270여대 등이 동원됐다. 정부 관계자는 “8일 오전 9시부터 대만 대원들의 출발로 시작해 오후 7시 체코 대원들을 마지막으로 청소년 대원들은 모두 새만금 야영장을 벗어났다. IST(세계봉사조직)는 8일 밤에 이동을 완료했다”고 언급했다.
야당의 탄핵소추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권한이 정지된 상황이었던 2월 28일,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행안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 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조직위 공동위원장으로 추가 선임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5일 오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난 직후 청양, 오송, 봉화, 영주 등 전국의 수해현장을 먼저 찾았다. 새만금 잼버리는 지난달 29일 낮 2~4시에 직접 야영장으로 현장 점검을 나갔다.
정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1일 모친상을 당해 3일 발인을 마치자마자 바로 잼버리 현장에 뛰어들어 지휘봉을 잡았다”라며 “모친 삼우제도 못 치르고 이틀동안 텐트에서 숙영까지 하면서 상황을 개선하던 중 태풍 진로가 변경됐다. 불과 하루 만에 한 도시 규모의 대원들 철수 작업을 완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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