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호화도피' 허재호 전 회장에 법원 '소환장' 보낸다(종합)

법원, 뉴질랜드 소재지 파악한 뒤 피고인 소환장 송달 공조키로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황제 노역' 논란을 빚었던 전 대주그룹 회장 허재호(81)씨가 해외에 머물며 조세 포탈 혐의 재판에 3년 11개월 동안 나오지 않으면서 법원이 소환장 송달을 위한 사법 공조 절차를 밟는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9일 302호 법정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허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1년 7개월 만에 재개했다.

검사는 이날 기일에서 허씨가 2015년 8월 뉴질랜드로 출국해 공소시효가 정지됐다면서 허씨를 법정에 세워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법무부·법원 행정처와 협의해 소환장 송달을 위한 사법 공조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사법당국을 통해 허씨의 뉴질랜드 소재지를 파악한 뒤 공판기일 소환장을 보내겠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공판기일 3개(내년 4월 12일·5월 10일·6월 14일)를 잡아 피고인 소환장을 보내겠다. 질환이 있다고 주장하는 허씨가 건강을 회복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앞서 2020년 11월 허씨에 대해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인영장을 발부(인치 장소 302호 법정)했으나 효력 기간(1년) 만료로 집행하지 못했다.

허씨는 2007년 5∼11월 지인 3명 명의로 보유하던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36만 9050주를 매도해 25억 원을 취득하고서도 소득 발생 사실을 은닉, 양도소득세 5억 136만 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2019년 7월 23일 기소됐다.

주식 차명 보유 중 배당 소득 58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650만 원을 포탈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뉴질랜드에 머무는 허씨는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첫 재판(2019년 8월 28일)부터 이날까지 3년 11개월 동안 단 1차례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를 두고 국정감사에서 "광주지법이 허씨의 출석을 계속 연기시켜 사건 진행이 안 되고 있다. 판사·검사를 가족으로 둔 허씨의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진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골프·낚시를 하는 허씨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사진 등을 토대로 허씨가 뉴질랜드에서 호화 생활을 즐기며 귀국하지 않고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허씨의 법률 대리인은 "지병으로 재판받기 어려웠을 뿐 고의로 불출석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사업·주거상의 출국으로 형사 처벌을 피하려는 목적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지검은 "허씨가 뉴질랜드 도피 이후 자진 출석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범죄인 인도청구 뒤 허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유효기간 만료 때마다 재발부받고 있다. 뉴질랜드 당국의 판단과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씨는 앞서 2007년에도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돼 2010년 항소심에서 선고받은 벌금 254억 원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허씨는 도박 파문으로 2014년 3월 귀국, 1일 5억원씩 탕감받는 이른바 '황제 노역'을 하다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닷새 만에 노역을 중단한 뒤 2014년 9월 벌금을 완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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