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한동훈, 자녀 사건 검찰 송치되면 회피 의무…조국·추미애도”
수사 업무 등을 담당하는 공직자는 자신이나 가족이 당사자인 고소·고발사건을 ‘셀프 조사’할 수 없게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 관련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다면 한 장관이 이를 회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공직자 수사·감사·조사 업무에서 이해충돌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1만7000여개 공공기관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직자는 자신이나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자가 신고·고소·고발인, 피신고·피고소·피고발인인 사건을 담당해 조사할 수 없다.
특히 중앙부처 장관은 자신이나 가족이 외청에서 조사를 받는 경우 이해충돌 사실을 신고하고 회피해야 한다. 중앙부처 장관의 직무관련자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지 않은 한 장관은 외청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이 있기 때문에 기관의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회피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현직 장관의 수사 사건 관련 유권해석에 명확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임 권익위원장들의 재임 당시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녀 수사 사건 관련 이해충돌 판단에 차이가 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권익위는 전현희 전 위원장 재임 때인 2020년 9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직무와 추 전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해충돌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보다 앞서 박은정 전 위원장 때인 2019년 9월에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과 관련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권익위는 조 전 장관과 추 전 장관의 가족 관련 의혹들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러한 차이에 대해 “전임 위원장들이 했던 해석은 당시 ‘공무원 행동강령’과 관련한 해석이었고, 이번에 권익위가 하는 것은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이해충돌방지법과 관련된 해석”이라며 “이전에 혼란스러웠던 모습을 정리하고 명확하게 국민과 공무원에게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소관인 검찰청뿐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는 국세청·관세청, 고용노동부 소관인 노동청 등 각종 외청에서 담당 장관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조사·감사가 진행된다면 장관들이 신고·회피해야 한다.
장관이 아닌 수사·조사 담당 일반 공직자도 예외가 아니다. 공직자가 자신이 사적으로 고소·고발한 대상을 업무상 조사하게 되는 경우 해당 직무에서 회피해야 한다. 고소·고발 대상을 조사하게 되면 조사 범위나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조사를 통해 유·무형의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사를 받던 사람이 조사 내용에 불만을 제기해 공직자를 고소·고발한 경우는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아 신고나 회피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 앞서 감사원 감사를 받던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은 자신이 최재해 감사원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기 때문에 최 원장이 감사 결과를 확정하는 감사위원회 회의에서 제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위원장은 “(최 원장 건은) 이해충돌방지법상 이해충돌 상황이 아니기에 법적으로 회피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나 감사 중에 그 내용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고소나 진정을 했다고 모든 사건에서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해 회피 의무가 있다면 대한민국은 먹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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