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눈, 세력 유지하며 느리게 관통… 남부지방 '나무 뽑힐 강풍' 우려

최나실 2023. 8. 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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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태풍 카눈이 '강' 강도로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종단하면서 전국에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오겠다.

카눈이 북상함에 따라서 9일 오후 10시를 기해 제주와 전남·경남 남해안에 태풍경보가 발효됐으며, 10일 새벽 전라권·경상권·충남, 10일 오전 충북·경기 남부·강원 남부, 10일 오후 수도권·강원 등 순차적으로 태풍특보가 발효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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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남해안 상륙해 수도권 향해 북진
시속 20㎞대 천천히 움직여 강수 시간 늘듯
남해안·경상 동해안은 최대 초속 40m 강풍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정책브리핑실에서 통보관이 태풍의 눈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제6호 태풍 카눈이 '강' 강도로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종단하면서 전국에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오겠다. 카눈은 통상의 태풍보다 이동속도가 느릴 것으로 전망돼 비구름 떼 영향이 더 오래 이어지며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후 8시 기준 중심기압 965헥토파스칼(h㎩)·최대풍속 초속 37m(시속 133㎞)의 '강' 등급으로 서귀포 동남동쪽 240㎞ 해상에서 북진하고 있다. 10일 오전 6시 경남 통영 남쪽 60㎞ 부근 해상을 지나, 낮 12시 대구 남쪽 60㎞ 지점에 상륙할 전망이다. 정확한 상륙 지점은 예보모델에 따라 동서로 약 70㎞ 차이가 있으나, 상륙 시 폭풍 반경이 320㎞에 달해 남부 전역이 영향권에 들 것은 확실시된다.

예년보다 높은 남해안 수온(29도)의 영향으로, 카눈은 통영 인근 해상을 지나면서 중심기압 975h㎩·최대풍속 초속 35m로 강 등급을 유지하며 상륙한다. 통상적으로 태풍이 한반도에 근접할수록 위력이 약해지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다만 상륙 후 내륙에서 북상하면서 점차 강도가 약화해 같은 날 오후 6시 청주 동쪽 20㎞ 지점을 지날 때는 중심기압 980h㎩·최대풍속 초속 29m로 떨어지겠다. 11일 0시에는 서울 동쪽 40㎞ 부근을 지나, 6시쯤 북한 평양 부근에 이를 전망이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강도 등급 '강'을 유지해 제주 동쪽 해상으로 접근, 10일에는 남부 해안가를 거쳐 육상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카눈이 북상함에 따라서 9일 오후 10시를 기해 제주와 전남·경남 남해안에 태풍경보가 발효됐으며, 10일 새벽 전라권·경상권·충남, 10일 오전 충북·경기 남부·강원 남부, 10일 오후 수도권·강원 등 순차적으로 태풍특보가 발효될 전망이다.

9일 오후 제주와 남해안, 강원 영동부터 강한 비가 오기 시작해 10일에는 전국에 폭우가 오겠다. 특히 강원 영동은 9~11일 누적 200~400㎜(많은 곳 600㎜), 시간당 60~80㎜(최대 100㎜)의 극한 호우가 올 예정이다. 영남은 사흘간 100~300㎜, 수도권·강원 영서·충청·제주는 100~200㎜ 강수량이 예보됐다. 이들 지역에서도 시간당 30㎜ 이상 강한 비가 올 예정이라 대비가 필요하다.

남해안과 경상 동해안은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40m에 이르겠다. 초속 30~40m 바람은 건물이 부서지고 나무가 뽑힐 수 있는 수준이다. 카눈이 북상할수록 풍속은 약화하겠으나, 수도권 북부·강원 영서에 이르러서도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15~25m로 강할 전망이다. 이 역시 바람을 거슬러서 걷기 힘들고, 몸을 가누기 힘든 수준의 강풍이다.

보통의 태풍 이동속도가 시속 30㎞대라면, 카눈은 20㎞대 속도를 보일 전망이다. 속도가 느린 만큼 체류 시간이 늘면서 풍수해 피해도 커질 수 있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을 빠르게 이동시킬 만한 지향류가 현재 한반도에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으로 북상한 후에도 정체하면서 천천히 북진해 수도권과 강원 영서 북부는 11일 오전까지 비가 내리겠다"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51년 이래, 카눈처럼 한반도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태풍 경로는 전무후무하다. 지금까지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은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번처럼 소백산맥 우측에 상륙해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산맥을 넘어간 뒤 수도권으로 향한 경우도 없었다. 기상청은 다만 "상륙 이후 주변 지형과 마찰하며 경로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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