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사실상 '셧다운'…카눈, 제주 접근에 '초긴장' 태세(종합)

여객선은 전편 결항
10일 오전 3시 제주 최근접…강풍·폭우 주의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해상에 거센 파도가 치고 있다. 태풍 카눈은 10일 오전 2시쯤 서귀포 동쪽 약 170㎞ 부근 해상을 지나면서 제주도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3.8.9/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강승남 고동명 기자 = 열차를 탈선시킬 수 있는 강한 위력을 지닌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제주와 점차 가까워지면서 지역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카눈은 중심기압 96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37m, 강도 '강'의 상태로 서귀포 남동쪽 약 28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3㎞로 북서진하고 있다.

태풍 강도 분류상 '강'은 달리는 열차가 탈선할 정도의 세기로, 카눈은 이 세력을 유지한 채 10일 오전 3시쯤 서귀포 동쪽 약 130㎞ 부근 해상을 지나면서 제주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제주도 남쪽 바깥 먼 바다와 제주도 남동쪽 안쪽 먼 바다에는 태풍경보, 제주도 전역과 제주도 앞바다, 제주도 남서쪽 안쪽 먼 바다에는 태풍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기상청은 10일까지 제주에 순간풍속 초속 25~35m의 강풍을 동반한 시간당 40~60㎜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틀간 예상 강수량은 100~200㎜, 많게는 300㎜ 이상이다.

이 같은 기상악화 예보에 제주를 오가는 하늘길과 바닷길은 모두 막힌 상태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결항편 승객들이 대체편을 구하기 위해 항공사 안내 데스크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사전결항을 포함해 제주공항에서 69편(국내선 도착 31편·출발30편,국제선 도착 4편·출발 4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2023.8.9/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이날 오후 4시 기준 태풍특보와 급변풍특보가 내려져 있는 제주국제공항에서는 국내선 125편(출발 50·도착 75), 국제선 14편(출발 7·도착 7) 등 여객기 총 139편이 사전 결항 또는 당일 결항됐다. 대부분 이날 오후 늦게 운항할 예정이었던 여객기들이다.

출발 기준 이스타항공이 오후 4시30분 이후 여객기를 모두 결항시킨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오후 5시 이후, 대한항공이 오후 6시40분 이후 여객기를 잇따라 결항시키면서 이날 오후 7시 전후 제주공항은 사실상 '셧다운(Shutdown·일시중단)'된다.

뱃길은 일찌감치 완전히 끊겼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이 전날 오후 8시를 기해 도내 모든 항만을 폐쇄하면서 제주를 오가는 8개 항로 여객선 10척이 모두 사전 결항됐다.

이 뿐 아니라 산지와 해안가 접근도 금지됐다. 한라산국립공원 7개 탐방로와 해수욕장 12곳, 둘레길 9곳, 하천 물놀이 장소 7곳은 이날 아침부터 전면 통제됐고, 도내 모든 해안가에는 대피명령까지 떨어졌다. 대피명령을 어길 경우 최고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사일정도 조정되고 있다. 이날 학생들이 등교한 고등학교 4곳의 경우 하교시간을 앞당겼고, 10일 등교가 이뤄지는 고등학교 6곳의 경우 등교시간을 늦추기로 했다. 고등학교 1곳의 경우 개학일도 연기했다. 이 밖에도 제주도교육청은 10일 치러지는 초·중·고졸 검정고시 1교시 입실시간을 오전 8시20분에서 8시50분으로 30분 연장했다.

오후 4시 기준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소방안전본부에는 모두 12건(오인신고 2건 포함)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다행히 인명피해 등 큰 피해는 없었고, 모두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북상 중인 9일 오후 1시52분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한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제주특별자치도 소방안전본부 제공)2023.8.9/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비상 최고단계인 '비상 3단계'를 발령하고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소방도 '인명피해 제로화'를 목표로 긴급구조 대응 체제에 들어갔고, 경찰 역시 이날 오전 11시30분을 기해 도내 모든 경찰관서에 을호비상을 발령하며 비상근무 중이다. 경찰은 태풍·호우 상황에 따라 갑호비상까지 발령한다는 방침이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현장 점검 자리에서 "폭염으로 어민들이 고수온 피해를 우려했는데 태풍까지 다가와 걱정이 더욱 커졌다"며 "긴급사태에 대비해 유관기관·단체와 비상연락망을 유지하면서 긴밀한 협조체계가 신속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오 지사는 이어 "도민과 관광객들은 해수욕장 등 바닷가 접근을 삼가고, 위험지역 주민들은 대피장소 등을 미리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카눈은 11일 새벽까지 한반도를 통과해 북한으로 향하면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전망이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9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에서 제6호 태풍 '카눈(KHANUN)' 대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제주특별자치도 제공)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