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IRA, EU로 번질까? 차업계 ‘비상’...특히 기아가 걱정

이재덕·박상영 기자 2023. 8. 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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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전기차(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등이 파리 시내에 줄지어 서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프랑스 정부가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까지 따져서 차등 지급하는 보조금 개편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중국산 전기차 확대를 막고 유럽연합(EU)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우대한다는 취지이지만, 현대자동차·기아에게도 불똥이 튀게 됐다. 업계에서는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이 유럽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녹색산업법)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전기차 가격이 4만7000유로(약 6700만원) 이하인 경우, 프랑스 정부가 구매자에게 5000~8000유로(개인 기준)의 친환경 보조금을 지원했다. 이번 개편안은 이 같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전기차의 탄소발자국 점수와 재활용 점수를 추가로 반영해 환경 점수가 최소 60점 이상인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탄소발자국은 철강·알루미늄·배터리 등 전기차 주요 부품을 생산할 때 생산지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지, 차량을 조립해 프랑스 시장으로 운송되는 과정에 발생하는 탄소 등도 고려해 산정할 계획이다.

예컨대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생산한 철강은 유럽산 철강에 비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또 비유럽산 전기차는 프랑스까지 운송되는 과정에서 탄소를 더 배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재활용 점수는 재활용 재료·바이오 재료 사용, 배터리 수리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산출키로 했다.

EU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우대하고 중국산 전기차의 확대를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현대차·기아의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적게 받을 공산이 커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2024년 1월1일부터 시행하되,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프랑스에 1만6655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프랑스 전기차 시장에서 5위를 차지했다. 판매 차종 중 약 68%를 차지하는 코나(현대차), 니로(기아), 쏘울(기아)이 보조금 대상이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아이오닉6, 기아 EV6는 보조금 상한 가격(4만7000유로)을 초과해 대상이 아니다. 현대차는 체코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개편안이 적용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현지 전기차 생산공장이 없는 기아의 경우 니로와 쏘울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 같은 보조금 정책이 EU 내 다른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에서 보조금 정책이 시행되면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개편안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프랑스 정부의 보조금 동향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해왔다”며 “지난 6월 8일 열린 ‘제19차 한-프랑스 산업협력위원회’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 개정 시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와 기준이 과도하게 설정되지 않도록 프랑스 측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개편안에 대한 우리 정부·업계의 의견을 이달 25일까지 프랑스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산업부 당국자는 “최종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프랑스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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