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원 KIST 뇌연구단장 "오가노이드 임상 플랫폼 키우려면?...규제 정립 속도가 관건"
"'오가노이드·생체조직칩' 등 MPS 기술이 유력 후보"
"규제 논의 급물살타면...5년 내 선도기업 출현 가능"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과 유럽 연합(EU)이 의약품 개발 시 동물실험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 독성 및 효능 평가를 대신할 수 있는 미세생리시스템(MPS)이나 오가노이드 등을 활용한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부터 동물실험 데이터 없이 신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을 허용했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도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위해 2025년 초까지 유럽의약품청(EMA) 등과의 협의를 거쳐 명확한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혈액뇌관문(BBB)을 모사하는 MPS를 개발 중인 최낙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융합기술연구단 단장은 “미국이나 EU 등도 동물실험의 대안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재차 인식했을 뿐, 관련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며 “그럼에도 오가노이드 플랫폼은 일부 희귀질환이나 항암제의 효능 평가 등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MPS는 그보다 다소 느리게 시동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임상시험수탁기관(CRO)도 이 같은 플랫폼 기술 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8일 이데일리는 최 단장의 주선으로 원내 MPS와 오가노이드 분야 주요 연구자인 김지훈 KIST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선임연구원과 이주현 뇌융합기술연구단 선임연구원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김 선임연구원은 성체줄기세포 기반 부신 오가노이드 개발 연구를, 이 연구원은 가능한 단순한 구조를 통해 생체 조직의 기능을 갖출 수 있는 뇌 및 척수 오가노이드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음은 이들 세 사람과 함께 나눈 일문일답.
△MPS와 생체조직칩, 오가노이드는 무엇이 다른가
-최 단장: 결론부터 말하면 다르지 않다. 독성 및 효능 평가 플랫폼 분야에서 MPS는 생체조직칩과 오가노이드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본다. 2010년대 초반 조직 또는 장기에 공학적 기법을 접목한 칩을 각각 ‘Tissue on a chip’(티슈 온 어 칩), ‘Organ on a chip(오간 온 어 칩)’ 등의 용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이런 용어 대신 쓰여 온 것이 ‘생체조직칩’이다. 하지만 이후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인체 환경을 모사하는 것을 모두 MPS로 통칭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체내에서 존재하는 장기나 조직의 유사체를 3차원으로 생성한 오가노이드 역시 넓은 의미에서 MPS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MPS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최 단장:뇌질환을 타깃하는 물질은 혈액뇌관문(BBB)를 통과해야 한다. BBB를 모사한 MPS는 신약 후보물질이 뇌로 잘 전달될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셈이다. 국내외 기업이 이런 MPS를 개발하고 있고 아직 실제 의약품 개발과정에 활용될 수 있는 정식 제품은 없다. 그 이유는 ‘뇌질환 신약개발에 투과율은 이런 품질을 갖춘 MPS로 평가해도 된다’와 같은 규제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고, 당연히 이를 통과한 제품이 없어서다.
-김 선임연구원: 유전질환인 ‘낭포성 섬유증’이나 ‘티모시 증후군’, 난치성 고형암 등에서 오가노이드 모델이 이미 생성됐다. 특히 암 모델에서 90% 이상 정확도로 약물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약물의 효능평가 플랫폼 산업이 가장 빠르게 대두되고 있는 것 같다.
△약물의 효능을 보는 측면에서 성과가 있는 것 같다. 독성은 어떠한가.
-최 단장: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동물모델 등이 없는 질환 분야에서 MPS의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일례로 말기 암 환자에 적용하려는 항암제의 부작용을 오가노이드로 평가하면, 더 나은 치료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독성은 다르다. 이를 논하기 위한 규제 당국의 프로토콜은 유효성 보다 더 까다롭다. 생체조직칩이나 오가노이드 등을 적용한 MPS로 실제 실험을 대변할 수 있을 만한 독성 데이터를 생성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 선임연구원: 특정 구조와 기능을 갖춘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고 하자. 어떤 크기와 기능을 갖춘 뇌 오가노이드에 약물을 투여한 다음 그 결과를 확인해야만, 실제 사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제대로 추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 도입할 수준의 오가노이드와 그 기능을 분석하는 시험법 등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을 마련하려는 논의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 적절한 표준과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규제적 논의가 얼마나 빠르게 진척될 수 있는지가 관련 산업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언제쯤 두드러진 성과가 나올 수 있나.
-최 단장: 학계든 산업계든 2025~2030년 사이에 독성이나 유효성을 평가하는 MPS 플랫폼에 큰 진척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모든 질환 분야의 비임상과 임상 수요를 MPS가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사이에 세계 의약 시장을 움직이는 FDA가 일부 희귀 질환 대상 신약 후보물질을 평가할 때 오가노이드 또는 생체조직칩 등을 활용한 플랫폼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야에서 미국이나 EU 등 주요국 기업과 국내 기업 간 기술 격차는 1~2년 수준이라고 본다. 이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얼마든지 한국에서 나올 수도 있는 셈이다.
최낙원 KIST 뇌융합연구단 단장은...
△2004~2009년 코넬대 생물분자유전학과 연구원 △2010~201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및 노바티스 생의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 △2012~2017년 KIST 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2017년~현재 KIST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진호 (two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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