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싸울 각오” 외친 아소 전 총리…‘전수방위 위배’ 야당 반발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현 자민당 부총재)가 중국을 대상으로 대만과 함께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놔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이 확보하기 시작한 반격 능력을 대만 유사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야당은 그가 직접적인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에 반하는 발언을 내놨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소 전 총리는 지난 8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열린 국제포럼 강연에서 대만해협의 위기를 거론하며 “일본과 대만, 미국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가 싸울 각오를 하는 것이 (지역에 대한)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돈을 들여 방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여차하면 대만해협의 안정을 위해 그것을 사용한다는 의사를 상대에게 전해야 하며, 그것이 곧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소 전 총리의 발언은 대만 유사시 방어를 넘어 필요하다면 공격까지 가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라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일본 공산당은 “전수방위에 분명히 반하는 발언”이라며 “일본에 필요한 것은 싸울 각오가 아니라, 헌법 9조에 근거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각오”라고 강조했다. 입헌민주당 측도 “미국도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라며 “(아소 전 총리의 말은) 매우 경솔한 발언”이라 비판했다.
일본 내에선 최근 대만에서의 유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연일 거론되며 긴장을 키워왔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지난달 대만과 가까운 난세이 제도를 방문해 주민들의 피난 대책을 검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치권과 별개로 우익 성향의 한 싱크탱크는 최근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을 필두로 대만 유사 상황을 상정한 ‘워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반격 능력의 실제 활용 방안을 논의한 자리였다.
일본이 대만 유사 사태를 강조하는 배경과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대만 위기가 일본의 방위력 강화로 이어져온 최근의 상황을 언급했다. 중국의 위협은 지난해 일본의 안보 문서 개정이나 국방비 증강에 주된 명분이 됐기에, 향후 반격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활용하는데도 역할을 할 수 있다. 강경파인 아소 전 총리는 이전부터 ‘맞서 싸울 수 있는 자위대’를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강경파의 목소리와 별개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실제 전투에 참여할지를 두고는 아직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일본 정부가 여론을 살피며 대만 유사시 군사적 역할에 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5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일본 유권자의 80%는 대만 유사시 일본이 무력 충돌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고 있었으며,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11%에 불과했다.
모리 사토루 게이오대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대만 사태 대응과 관련해) 의미있는 공개 토론이 부족하기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명확한 입장 없이 대중의 우려를 다독이며 미일 동맹을 관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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