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철근 전부 빼먹은 설계업체는 ‘수의계약’…못 잡아낸 감리업체는 ‘몰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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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모든 기둥의 보강 철근이 다 빠진 것으로 조사된 경기 양주시 ‘순살 아파트’에서 ‘수의계약’으로 선정된 설계업체가 설계도에서 철근을 모두 누락하고, ‘몰표’를 받아 선정된 감리업체가 적발해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설계·감리업체들은 모두 전관업체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업체 선정 및 설계, 감리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겁니다.
앞서 정부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LH 발주 91개 아파트 단지 중 15개 단지에 철근이 누락됐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습니다. 이중 양주회천 A-15블록(양주덕계)은 지하주차장 기둥 154개 모두에 보강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채널A 취재 결과 해당 아파트 단지의 경우 LH와 수의계약을 맺은 전관업체가 설계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했고, LH 평가위원들의 몰표를 받아 선정된 전관 감리업체마저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LH는 2019년 1월 입찰 경쟁 없는 수의계약 형태로 전관업체인 범도시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유앤피도시건축사사무소를 양주덕계 설계업체로 선정했습니다. 이들이 만든 지하주차장 설계도면엔 기둥에 철근이 모두 다 빠져있었습니다.
감리는 전관업체인 다인그룹, 에스아이가 맡았습니다. 채널A가 감리업체 선정 평가서를 입수해 살펴보니, 선정 과정에서 LH는 두 전관업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압도적인 몰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컨소시엄은 경쟁 컨소시엄을 정량평가에서 1점 앞섰지만, 정성평가에서는 13명의 심사위원에게 만장일치 ‘S등급(최고등급)’을 받으며 상대를 4.5점이나 앞섰습니다.
평가서에는 "설계 완성도 확보 등 우수함", "각 분야의 기술인 모두 우수하다고 판단되며 전문성과 책임감이 강할 것으로 사료됨", “구조안전성 및 맞춤형 품질 관리계획 수립", "건축, 안전기술자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구체적이고 높음" 등 후한 평가가 적혔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LH는 전관업체와 수의계약을 할 수 없습니다. LH는 땅 투기 논란이 불거진 2021년 7월 자체 혁신안을 통해 '퇴직한 지 5년이 안 된 전관이 대표나 임원으로 있을 경우 수의계약을 제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주덕계 아파트의 설계 공모는 그보다 2년 전인 2019년 진행돼 전관업체와의 수의계약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LH측은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으로 분류되나 공모절차를 거쳐 선정된 업체와 계약했다"며 "디자인공모를 통해 LH가 직접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LH 전관들이 참여한 업체에 대해 용역에서 완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본인의 SNS를 통해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 남짓 안에 이제까지는 없었던 대책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지혜 기자 sophia@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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