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보호관 긴급 의견표명 “국방부, 해병대 수사단장 징계·수사 즉각 보류해야”
해병대 소속 고 채수근 상병이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다 숨진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9일 수사단장에 대한 징계·수사를 즉각 보류해야 한다는 긴급 의견을 표명했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긴급 의견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자료가 경찰에 이첩된 상황에서 국방부 검찰단이 자료를 다시 회수하면서 여러 국민적 의구심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해병대의 보직해임 절차 진행과 집단항명죄, 직권남용죄 및 비밀누설죄 등에 대한 수사는 즉각 보류돼야 한다”면서 “군사법경찰관의 수사에 관해 수사 결론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 수사단장의 보직을 해임하거나 직권남용죄로 수사 개시하는 것은 군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어떤 범죄혐의가 있는지는 향후 경찰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를 바탕으로 수사를 더 진행한 뒤 검찰이 부대지휘관들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때 분명해질 것”이라며 “그 시점에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보직해임과 범죄혐의 수사를 단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군인권보호위원회는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로부터 회수한 수사자료를 전부 경찰에 다시 이첩해야 한다고도 했다. 군인권보호위원회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자료 일체를 남김없이 곧바로 경찰에 다시 이첩해야 한다”면서 “만일 국방부 검찰단이 즉시 경찰에 수사자료를 보내지 않거나 일부를 취사선택해 보낼 경우 사건 은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앞서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해병대 1사단 지휘부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지난 2일 경북경찰청에 수사 보고서를 이첩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군사법원법은 범죄에 의해 군인이 사망한 사건은 민간 경찰이 수사하도록 규정한다. 군 내부에서 수사할 경우 사건이 은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달 30일 그간의 수사결과를 보고한 뒤 국방부 장관의 결재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에 이첩된 수사자료 일체를 도로 회수하며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달 31일 국방부 장관이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해병대는 지난 8일 박 대령을 보직해임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채 상병 사망 사건 발생을 접한 직후부터 입회를 결정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과정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이날 긴급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수사결과 이첩 보류 지시 등에 대통령실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이는 등 사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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