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우 얼마 안 지나 또 대피 생활… 태풍 앞두고 부산 원도심 '긴장'

노경민 기자 박상아 기자 2023. 8. 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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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다른 곳에 잠시 지내야겠네요."

9일 오전 부산 중구 남포동 한 여관을 운영하는 심모씨(77)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에 이어 현재 북상 중인 태풍 '카눈' 걱정에 한숨을 쉬었다.

A씨는 "태풍이 더 심해지기 전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 한다"며 "작년 힌남노 때 하수구 덮개를 치우지 않아 창고까지 물이 침범했다. 이번에는 덮개를 미리 치워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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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다 노후 시설·위험지 주민들 대피 조치
9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포장마차 거리의 노점상들이 텅 비어있다. 태풍 '카눈'을 대비해 방수포 등이 씌워져있다. 2023.08.09/뉴스1 ⓒ News1 박상아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박상아 기자 = "대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다른 곳에 잠시 지내야겠네요."

9일 오전 부산 중구 남포동 한 여관을 운영하는 심모씨(77)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에 이어 현재 북상 중인 태풍 '카눈' 걱정에 한숨을 쉬었다.

심씨는 이날 오전 10시36분께 구청에서 대피 권고 전화를 받았다.

오래된 숙박시설인 탓에 그간 자연재해가 찾아올 때마다 대피 생활을 반복해 왔다. 이미 지난달 집중호우 때도 9일간 대피하기도 했다.

심씨는 "비만 오면 건물 벽과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샌다"며 "구청에서 3일간 대피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손님들에게 말하기도 애매하다"고 하소연했다.

대피에 따른 투숙 비용은 대피자가 숙박시설에서 일정 기간 무료로 머물면 구청에서 사후 결제를 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심씨는 구청에서 '숙박시설에서 영수증을 끊으면 추후에 개별적으로 지원금이 간다'고만 안내를 받아 투숙객들에게 선뜻 안내를 할 수 없었다. 투숙객들은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들이기 때문이다.

심씨는 "힌남노 때도 여관방 안까지 물이 샜고 정전도 발생해 고생했다"며 "태풍 때문에 안전뿐만 아니라 장사도 걱정돼 마음이 심란하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9일 오전 부산 중구 남포동 청풍장 아파트 현관 옆 벽면에 '이재민 지원 등 안내문'과 '집중호우 대피 명령'이 붙어있다. 2023.08.09/뉴스1 ⓒ News1 박상아 기자

인근에 80년을 훌쩍 넘은 노후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도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 탓에 구청에서 대피 권고가 해제되기 전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구는 오후쯤 강풍·호우 상황에 따라 해당 아파트 주민들에게 대피 권고를 내릴 예정이다.

광복로 BIFF거리에 위치한 포장마차들도 강한 비바람에 대비해 대형 방수포를 씌우는 등 사전 대비 작업을 했다.

포장마차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A씨는 서둘러 집으로 피신하기 위해 분주히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A씨는 "태풍이 더 심해지기 전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 한다"며 "작년 힌남노 때 하수구 덮개를 치우지 않아 창고까지 물이 침범했다. 이번에는 덮개를 미리 치워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구 자갈치시장 상인들도 가게 정리에 한창이었다. 태풍 때문에 평소보다 출근한 상인들이 훨씬 적었다. 강한 바람이 불면서 성인 한두명으로는 파라솔 1개를 정리하기도 벅찼다.

영도구는 노후 아파트 영선아파트 주민들을 이날 중으로 대피시키고 절영해안산책로 일대도 통제 조치할 예정이다.

동구는 태풍주의보 발효 시 노후주택 주민들과 붕괴우려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대피 권고를 내릴 계획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태풍은 서귀포 남동쪽 약 290km 해상에서 12km/h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부산까지의 거리는 약 410km다.

부산은 오후 2시를 기해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오후 4시 기준 부산지역 일강수량은 32.0mm다.

이번 태풍으로 주택 등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할 우려도 큰 상황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당시 부산지역에는 총 9070세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9일 오후 2시37분께 자갈치 시장. 접힌 천막들과 텅 빈 매대가 양 쪽으로 늘어져있다./ ⓒ News1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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