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아이들에게 희망 주고파”…‘부의금’ 기부하고 떠난 30대 청년

강현석 기자 2023. 8. 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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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를 받다 사망한 뒤 자신의 부의금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한 고 조아라씨. 화순전남대병원 제공.

암으로 세상을 떠난 30대 청년이 자신의 장례식 부의금을 암 치료를 받는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이 청년은 “치료를 받는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에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화순전남대병원은 9일 “암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난 고 조아라씨(34)의 가족들이 최근 병원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화순이 고향인 조씨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내 한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2022년 미국 MBA 유학을 준비하던 조씨는 갑작스럽게 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서울에서 치료를 받았던 그는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지난 3월에 고향에 있는 화순전남대병원 옮겼다.

하지만 더는 적극적인 항암 치료는 어렵다고 판단, 지난 4월부터는 완화의료병동에서 삶을 정리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본인 장례식에 참석할 명단을 정리하고 있던 조씨는 병원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처럼 생전에 친구들을 모두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소원 들어주기’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난 4월21일 조씨 친구와 지인들을 병원으로 초대, 마지막 생일잔치를 열었다.

조씨는 친구·지인들과 만남을 가진 사흘 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생을 마감하기 전 조씨는 “치료를 하며 힘든 시간을 겪어보니 어린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최근 광주·전남에서 유일하게 ‘소아암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조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치료받는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에 자신의 부의금 중 일부를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치료비로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정용연 화순전남대병원 병원장은 “치료가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텐데도 고인이 이런 따뜻한 마음을 보여줘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고인 뜻에 따라 소아암 환아들의 치료와 이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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