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범계역 삼성생명 평촌빌딩 임대차 진실 게임
삼성생명 "정상적 계약 체결 및 조건 이행...부당한 이득도 없었다"
안양 평촌 삼성생명 빌딩 임대차 갈등(경기일보 8일 보도) 속에 매매 과정의 신뢰 훼손, 유리한 임대조건 등을 놓고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생명이 5년 전 건물 매입자의 재건축 계획에 따라 계약 종료 후 퇴거를 약속했고 이에 따라 건물 내에서 가장 좋은 조건의 임대차계약 체결이 가능했다는 주장 때문이다.
◇ “나간다고 팔아놓고 이제 와서 모르쇠” vs “문서 등 근거 없는 주장”
9일 반도건설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018년 8월 삼성SRA자산운용을 통해 안양시 범계역 사거리에 위치한 평촌빌딩 매각을 본격화했다.
같은 해 9월 매입의향서를 접수한 반도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매각주관사인 삼성SRA자산운용㈜ 등과 한 달여 정도 매매조건 협의를 벌인 뒤 10월31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반도건설은 이 과정에 건물 철거·개발 계획을 알렸고 삼성생명측도 5년간의 임대차계약 종료 후 이전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삼성생명측에 '철거 후 개발'이라는 매입 목적으로 고지했다"면서 “10월 4일 매매협약서 체결 후 30일까지 협의 과정에서도 이를 충분하게 알렸다”고 말했다.
또 “삼성생명측이 5년 정도 쓰고 나가겠다고 해 매매계약이 원만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에서 반도건설은 어반어스홀딩스㈜로 건물 매각 전인 지난 2021년 8월 삼성생명에 ‘계약갱신 불가’를 알리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데 이어 최근 어반어스측에 삼성생명측과 진행한 구체적인 협의 과정을 설명한 문서를 보냈다.
반도건설은 이 문서에서 ”2018년 9월 12일 인터뷰를 비롯해 매입 협의 과정에서 삼성생명측에 철거 및 재건축의 매입 목적을 고지했고 삼성생명측도 5년의 임대차 종료 시 퇴거 계획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삼성생명의 임대차계약 종료일은 오는 11월 28일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2018년 건물 매각 당시 구두로 협의가 있었다는 주장들이 문서화되지도 않았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 ‘비싸게 건물 팔고 낮은 임대료·관리비 냈다’…삼성생명 “부당 이익 본 적 없다"
이런 가운데 어반어스는 삼성생명이 반도건설에 개발 가치를 포함한 금액으로 건물을 매각한 뒤 유리한 임대차계약까지 체결, 결과적으로 이득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은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에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을 인정하고 있어 삼성생명의 계약갱신 요구가 부당하다는 취지다.
어반어스가 주장하는 대표적 보상 사례는 개발 가치를 포함한 매입 금액, 저렴한 임대료, 고정 인상률 적용 등이다.
우선 어반어스는 건물 매매 시 개발가치를 반영한 가격이 지급돼 삼성생명에는 상당한 보상이 이뤄졌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어반어스 관계자는 “당시 삼성생명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예정이었다면 반도건설에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해당 건물을 매입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건설도 어반어스와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만약 삼성생명이 임대차 종료 후 남아있을 것이라고 예상됐다면 삼성생명의 요구를 임대차계약에 반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삼성생명의 퇴거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에 특약이나 제소 전 화해조서를 작성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개발이 아닌 임대수익 목적이었다면 매입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고 매매대금도 2순위 우선협상대상자의 제안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당시 매각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경기일보에 “당시 매입에 나선 회사 대부분은 자산운용사였고 몇 개의 회사만 개발 후 이익을 기대, 시세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을 제안했으며 이 중 반도건설의 매수가격이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어반어스의 기준층 월 임대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018년 매각 당시 3.3㎡당 3만4천496원의 임대료를 내기로 했고 매년 2.5%의 고정 인상률을 적용한 결과, 현재 3만7천146원을 내고 있다.
반면 건물 내 입주했던 피부과 의원의 경우, 2018년 3.3㎡당 4만951원을 냈고 지난해에는 3.3㎡당 4만3천612원의 임대료를 부담했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물산㈜는 2018년 3.3㎡당 4만3천655원, 지난해 4만5천82원을, 삼성카드㈜는 같은 기간 3만9천539원, 4만2천382원의 임대료를 각각 냈다. 삼성화재해상보험㈜의 임대료는 2018년 3만9천566원, 현재 4만2천414원이다.
이 중 피부과의원과 삼성물산, 삼성카드는 이전했다.
어반어스 관계자는 “삼성생명에서 다른 기준층 임차인 평균 임대단가를 적용받아 임대료를 냈다면, 지난 5년간 10억원 정도를 더 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대료 인상률에 있어 타 임차인의 경우, 매년 소비자 물가와 연동, 3~5%의 인상률을 적용받았지만, 삼성생명은 고정인상률(연 2.5%)을 적용받았다.
어반어스는 삼성생명이 타 임차인과 달리 사무실 내부 전용 공간 청소까지 혜택을 받아 건물 내에서 가장 적은 관리비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삼성생명은 임대차 계약은 정상적으로 맺어진 계약으로 그 조건에 따라 5년간 건물을 임차하고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부담했으며 부당한 이득을 본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2018년 반도건설과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불공정한 내용이 없고 그 이후에도 별도의 혜택을 보거나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다”면서 “계약서대로 임차인 의무를 모두 이행했음에도 (어반어스·반도건설은) 우리가 부당한 행위를 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어반어스 등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소유주가 변경된 이후에 어반어스로부터 임대차계약 변경 등 별도의 협의 요구도 없었다"면서 “지난해 8월 소유권을 취득한 어반어스에서 재건축 허가를 받지 않고서 5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영업점 이전을 요구하는 행위가 오히려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어반어스 관계자는 “개발 가치가 포함된 가격에 건물을 매각하고 타 임차인보다 유리한 임대차 조건으로 혜택을 본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삼성생명이 이런 전체적인 사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식 기자 kds77@kyeonggi.com
박용규기자 pyk120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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