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첨단기술 투자금지 행정명령 예정···스타트업에 한정될 듯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미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 제한 행정명령의 대상이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첨단 기술로 벌어들인 중국 기업’으로 좁혀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해빙되고 있는 미·중 관계를 의식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이르면 9일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관련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은 후 다시 한번 대중국 제재를 확대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행정명령 이유로 ‘안보 위협’을 들고 있는 만큼 AI의 최종 사용자가 중국 군사 부문일 경우도 투자 금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 제한 대상은 기존 예상보다 좁아질 전망이다. 투자 금지 분야를 통해 얻는 수익이 해당 기업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인 기업만 투자 제한 대상으로 삼는 이른바 ‘수익 규정’이 적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AI를 개발하더라도 다른 분야 매출이 많은 중국 대기업들은 투자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첨단 분야의 중국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신규 투자를 막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투자 제한 대상을 사실상 스타트업에 한정한 배경에는 미·중이 최근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며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 꼽힌다.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미 정부는 대중국 견제 기조였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으로 완화했다. 산업망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중국의 군사·기술 발전으로 연결되는 위험 요소를 줄여나가는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대중국 제한 조치들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뿐, 중국 경제를 손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NYT는 이번 조치의 효과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 흐름을 더 빨리 막았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는 만큼, 규모를 축소한 이번 조치에 대해 불만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미국 벤처 캐피털 회사 4곳에 서한을 보내 중국의 AI·반도체 분야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가 큰 효과 없이 미국 경제에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미 중국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기술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첨단기술과 관련된 민간 투자 제재 기준을 투자사에 전달하고 시행하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니콜라스 라디는 “2021년부터 2년 간 미국의 대중국 투자는 전체 중국 인바운드 투자액(해외 자본의 중국 내 산업투자액)의 5% 미만에 불과하다”면서 “중국의 다른 주요 투자자들이 유사한 규제를 채택하지 않는 한 이번 행정명령은 시간 낭비가 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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