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50% 물갈이해야" 비명 압박… 민주 `공천룰 개정` 화약고 터지나

김세희 2023. 8. 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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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당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공천룰 변경·대의원제 축소'를 골자로 한 혁신안 발표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가 비명(비이재명)계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공천룰 변경은 원외에서, 대의원제 축소는 확대간부에서 서두르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명계는 두 사안 모두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보고 반대하고 있다. 당의 전면적 쇄신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고질적인 계파 갈등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민주당에 따르면, 혁신위는 10일 '화약고'로 여겨졌던 대의원제도 수정관과 총선 공천룰 변경안을 각각 혁신안에 담아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혁신위는 8일 이런 내용이 담긴 안을 공개하려고 했지만, 내부 이견과 비명계의 반발로 연기했다.

친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 전국혁신회의는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위 발표가 미뤄진 이유가 민주당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검토가 늦어진 것에 있다고 한다"며 "현역의 조직적 반발에 혁신안이 후퇴하는 상황으로 가는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혁신회의는 "우리가 내세운 '현역의원 50% 물갈이'는 권리당원 5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 민심이자 당심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다른 원외단체들과 당 청원게시판에 올린 '총선 후보자선출규정 특별당규 개정안'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로 지도부의 의무답변 사항이 됐기 때문에, 발표할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과 당원의 뜻을 따라 대대적인 공천 혁신안을 내놓으면 된다"고 밝혔다.

당장 비명계는 공천룰 변경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확정된 공천룰 변경 시도는 비명계에 공천 불이익을 주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비명계 중진 이원욱 의원은 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개딸' 영향력을 강화하고 공천 제도를 손봐서 비명계를 학살하고픈 욕구가 남아서 혁신위가 일부라도 (기존 제도를) 건드려주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라며 혁신위의 최근 설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의원제 폐지는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의원제 '수정'이 아닌 '전면 폐지'를 꺼냈다. 그는 비명계를 겨냥한 듯 "대의원제 폐지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더 불가능하다. 전대를 코앞에 두고 왜 하필 지금이냐고 반대할 것 아니냐"며 "지금이 바꿀 수 있는 적기"라고 주장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당의 주인인 당원이 대의원의 60분의 1표를 갖는 것은 옳지 않다.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이 관여해 임명하는 1만6000명 대의원보다 130만명 권리당원이 더 국민과 가까이 있다"고 가세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터진 후 당내에서는 친명계를 중심으로 '대의원제 축소', '대의원제 폐지' 주장이 나왔다. 이참에 대의원제 표 비중을 줄여 현역 의원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또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해 표 등가성이 '당원 민주주의'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재명 대표도 대의원제 폐지에 암묵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명계는 반대한다. 박홍배 전국노동위원장은 "민주당과 한국노총의 항구적인 정책연대는 대의원제와 노동 권리당원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며 "대의원제가 폐지될 경우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파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도부는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소영 대학생위원장도 "혁신위는 총선과는 전혀 상관없는, 국민 다수의 관심 밖에 있는 대의원제를 놓고 그것이(변경하는 것이) 혁신인 듯 외치고 있다"며 "(혁신위는)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묵살하는 폭력적 행위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혁신위가 계파 갈등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립적이어야 할 혁신위가 오히려 친명이라는 계파색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공천룰과 대의원제 같은 민감한 문제를 건드려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도부 일각에서도 수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친명계이자 당대표 정부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혁신위가 누구의 말을 따라서 하는 하명 혁신위가 아니다"며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논의, 제안을 한다"고 밝혔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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