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지금이 제일 싸대"…후끈 달아오른 청약시장, 아껴둔 통장 꺼내볼까

심은지 2023. 8. 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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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오르고 공급 줄자 실수요자 몰려
서울 올해 평균 67대 1 경쟁…작년의 6배
파주·광명 등 경기 지역도 두자릿수 경쟁
작년 미달사태 인천에선 계약 완료 잇따라
지방은 아직도 찬바람…지역별 차별화
도심 재건축이나 상한제 단지에 관심 둬야
Getty Images Bank


수도권 청약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서울 청약 경쟁률이 평균 67.6 대 1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경쟁률 대비 6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은 지역도 이른바 ‘완판’(완전 판매) 행렬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고분양가 단지도 좋은 청약 성적을 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미분양 단지에 낙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인상과 주택 공급 감소 등을 고려하면 향후 분양가 상승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맞춤형 청약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서울 청약 경쟁률 6배 상승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서울에는 13개 단지, 1334가구(일반분양 기준)가 공급됐다. 청약에 9만198명이 몰려 평균 67.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작년 청약 경쟁률 평균(10.9 대 1)보다 6배 이상 높은 경쟁률이다. 작년엔 1년간 6707가구 공급에 7만3081명이 신청했다.


서울 분양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올해 청약 경쟁률 상위 단지 10곳 중 6곳이 서울 지역 단지일 정도다. 특히 1~5위는 모두 서울 지역이었다. 올해 전국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지난달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다. 1순위 청약 결과 88가구 청약(특별공급 제외)에 2만1322명이 몰려 평균 242.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59㎡ A가 320 대 1로 가장 높았고, 59㎡ B도 295 대 1로 집계됐다.

최근 일반청약이 이뤄진 광진구 자양동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올해 최다 청약 접수 단지로 기록됐다. 4만1344명이 몰려 평균 98.4 대 1을 나타냈다.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74㎡로 244.04 대 1에 이르렀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405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파주, 광명 등 경기 지역 청약 단지에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분양한 ‘운정자이 시그니처’는 1순위 경쟁률 64 대 1을 기록했다.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고덕자이 센트로’(45 대 1), 인천 ‘검단신도시 AB19 블록 호반써밋’(34 대 1) 등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공급한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는 228가구 모집에 4319명이 몰렸다.

분양시장이 올해 들어 활기를 찾은 데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해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세대원, 유주택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게 됐다. 추첨제 물량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낮은 가점으로 청약에 어려움을 겪던 20·30세대가 청약시장에 유입됐다.

○ 미달 지역도 완판 행렬

공급 물량이 적지 않아 미분양 물량이 쌓이던 지역에서도 완판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 지역이 대표적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인천 미추홀구에 짓는 ‘더샵 아르테’는 지난 2월 1순위 청약을 받은 지 5개월 만에 계약을 마무리했다. 작년 말 1순위에서 미달을 나타낸 인천 남동구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 역시 최근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이 작년 7월 인천 동구에 공급한 ‘인천 두산위브 더센트럴’도 올해 분양 완료됐다.


두산건설은 올해 들어 전국적인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공급한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을 비롯해 인천 동구 ‘인천 두산위브 더센트럴’, 부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 등이 조기에 100% 계약을 달성했다. 이 중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는 지난 3월 일반공급 청약에서 평균 0.6 대 1이라는 부진한 경쟁률을 보이며 무더기 미분양 사태를 빚었던 단지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가 최근 청약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얻자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기존 단지로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부동산시장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공사비는 오르고, 공급은 줄어들면서 수요자들이 분양가가 지금보다 더 내려가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내 집 마련 니즈가 있는 수요자들이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라면 적극적으로 청약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 “지방도 도심·분양가 상한제 지역은 인기 끌 것”

지방에선 광주(작년 청약 경쟁률 4.27 대 1→올해 8.44 대 1)와 강원(8.34 대 1→8.63 대 1), 경남(10.03 대 1→13.89 대 1), 충남(2.83 대 1→5.74 대 1), 충북(4 대 1→22.15 대 1) 등을 제외하곤 모두 작년보다 청약 경쟁률이 떨어졌다.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아직 청약시장이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방 청약시장도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활력을 찾고 있고, 지역별 차별화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방 중에서도 도심에 있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택지지구 등은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지난달 전북 전주시에 분양한 ‘전주 에코시티 한양수자인 디에스틴’은 11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9393건이 접수돼 1순위 평균 85.39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강원 춘천에 짓는 ‘춘천 레이크시티 아이파크’도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477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237건이 접수됐다. 1순위 평균 27.7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지방도 핵심 지구, 도심권, 분양가 상한제 지역 등이 청약시장을 이끌 것”이라며 “모든 단지에 ‘묻지마 청약’ 해선 안 되고 안전 마진이 확보된 단지 중심으로 청약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팀장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3㎡당 300만원 이상 저렴해야 금융비용 등을 빼도 본전 이상이 된다”며 “전용 84㎡ 기준 주변 시세 대비 1억원 이상 싼 단지라면 청약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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