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사일 발사 37분 후 같은 지점에 또 ‘쾅’···“구조대 겨냥 더블 탭 공격”
구조대원 등 최소 9명 사망·82명 부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주거지역에 시간 차를 두고 같은 지점을 연속 타격하는 ‘더블 탭(double tap)’ 미사일 공격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구조대를 겨냥해 2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동부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의 5층 아파트 건물에 러시아의 최신형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2발이 발사됐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오후 7시15분과 7시52분 37분의 시차를 두고 발사돼 같은 지점에 명중했다. 2차 미사일 공습으로 죽거나 다친 이들은 대부분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과 경찰, 구조를 돕기 위해 나선 다른 민간인들이었다.
이날 공습으로 구조대원 1명과 군인 1명을 포함해 최소 9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다쳤다. 경찰 31명, 구조대원 7명, 군인 4명이 구조를 진행하던 와중 2차 공격을 받아 크게 다쳤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2차 미사일 발사가 명백히 구조대를 타깃으로 한 ‘더블 탭’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파울로 키릴렌코 도네츠크주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첨단 유도 장치를 갖춘 최신형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정확도가 떨어져 우연히 같은 장소에 미사일이 두 번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세르히 도브리아크 포크로우스크 시장은 30~40분 간격의 두 차례 공습이 “전형적인 러시아 시나리오”라며 “구조대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도착했을 때 또 다른 미사일이 같은 곳을 강타해 사상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반 비히우스키 우크라이나 경찰청장도 “경찰이 건물 잔해 아래 부상자들을 구조할 때 적이 고의로 두 번째 공격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러시아군은 시간 차를 두고 같은 목표물을 타격하는 ‘더블 탭’ 방식을 여러 차례 써왔다.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구조 활동을 벌이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숨진 구조대원은 모두 78명이며 부상자도 280명에 달한다.
러시아군은 2014년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을 때도 의료진과 구급대를 대상으로 더블 탭 공격을 해 비판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 구급대에 대한 공격이 국제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데니스 브라운 우크라이나 담당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도 성명을 통해 “절대적으로 무자비한 공격”이라며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포크로우스크는 러시아가 일부 점령 중인 도네츠크주의 주도 도네츠크시에서 북서쪽으로 70㎞, 최전선에서 48㎞ 가량 떨어진 도시다. 동부전선 전황을 취재하려는 각국 취재진이 머물던 도시로, 서방 언론사 취재진이 주로 찾던 호텔과 피자집 등도 미사일 공습을 받았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의 쿠피안스크 인근 마을에 유도 폭탄 4개를 투하해 민간인 2명이 숨졌고,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 2명이 추가 공격을 받아 부상을 입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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