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일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대중국 투자제한 발표"(종합2보)
'수위조절' 분석도…블룸버그 "첨단분야 수익이 절반이상인 中기업 대상"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공지능(AI) 등 일부 첨단 산업 영역의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9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8일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미중간 경제 갈등 상황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내다봤다. 이 조치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분명히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등 3개 분야의 일부 중국 기업에 대해 미국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털 등의 직접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한다.
또 중국에서 사업하는 미국인들은 이들 3개 분야와 관련한 대중국 투자 내용을 미국 당국에 이전보다 더 광범위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행정 명령에 포함된다고 WSJ이 전했다.
이런 규정을 위반한 미국 투자자들은 벌금 납부 또는 획득한 중국 회사 지분의 강제 처분 등 조치를 당할 수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군사 부문과 연결될 중국 첨단 산업과 기술의 발전을 미국 민간 자본이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미 감지되고 있는 중국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감소 추세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2021년과 작년 미국은 중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 면에서 각각 5% 미만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비상근 연구원인 니컬러스 R. 라디가 밝혔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작년 미국의 대중국 투자는 최근 20년 사이에 최저인 82억 달러(약 10조 8천억 원), 그 중 벤처 캐피털 투자는 10년 사이 최저인 13억 달러(약 1조 7천억 원)를 각각 기록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발표될 미측 조치의 수위는 초안에 비해 상당히 후퇴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미중이 고위급 대화를 본격 재개하며 상황 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관계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미국 측이 제한 조치의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취지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 제한이 3개 첨단산업 분야의 모든 중국 기업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사 수익 중 절반 이상을 3개 첨단산업 분야에서 거둬들이는 중국 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보도대로 미국 정부가 대중국 투자 제한과 관련, 이 같은 '수익 규정'(revenue rule)을 적용할 경우 제재 대상의 폭은 예상보다 좁아질 전망이다.
AI 등과 관련한 첨단 기술 부문을 보유하고 있되, 다른 부문에서 얻는 수익이 더 큰 중국 대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빠지고, 주로 첨단 분야의 중국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아울러 블룸버그의 취재에 응한 소식통은 이번 행정 명령은 기업들 의견 청취와 부대 법규 마련 등의 절차에 필요한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발효된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장기간 검토해온 미국 자본의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는 기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 제한과 더불어, 중국의 '기술 굴기'에 상당한 타격을 줄 매머드급 제재가 될 것으로 예상되어왔다.
그러나 미국은 6월 블링컨 장관의 방중과 지난달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그간 미국발 대중국 견제의 대명사로 여겨져온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대체할 개념으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을 공식화하면서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세계의 공장'이자 거대 시장인 중국을 전체 산업망과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국의 군사 기술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최첨단 반도체 등 분야로 대중국 과학기술 견제의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방중 당시 옐런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자본의 대중국 투자 제한과 관련, 고도로 표적화해서 투명하게 진행할 것임을 중국 측 대화 상대방에게 설명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베이징과의 관계 개선에 확고한 입장으로, 최근 대중국 투자 제한 관련 행정 명령의 범위가 좁을 것이며 양국 관계를 손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해왔다"며 "규제의 최종 버전은 초기 버전보다 훨씬 덜 야심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신규 투자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기업의 수익 구조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 제한의 범위를 좁히더라도 미국 자본의 대중국 첨단분야 투자가 전반적으로 움츠러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은 예고한 대로 이달 1일부로 차세대 반도체 원료로 주목받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미국 등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격 수단'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의 수위가 세간의 예상보다 낮더라도 중국은 일단 관성적인 반발은 할 것으로 보이나 갈륨 등의 수출 통제 대상국가에 미국을 포함하는 등 '공격 수단'을 실제 사용하는 데는 신중을 기하는 등 방향으로 호응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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