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분당 흉기 난동’ 최원종 “피해망상에 빠져 범행” 결론

김태희 기자 2023. 8.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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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 사건 피의자 최원종(22)이 ‘스토커 집단이 자신을 감시한다’는 피해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최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으나,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모방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은 9일 분당경찰서 2층 회의실에서 ‘흉기 난동 살인 사건’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사건 최씨는 사건 전날인 2일 오후 6시20분쯤 주거지에서 출발해 6시40분쯤 야탑역 인근 대형마트에 도착했다. 흉기를 구입한 최씨는 오후 7시쯤 서현역에 도착했다. 이후 7시40분쯤 백화점으로 이동해 머물다가 자정이 지나서야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날 범행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최씨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라고 진술했다.

최씨는 다음날인 3일 오후 5시35분쯤 부모님 명의의 차량을 가지고 나와 범행 현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오후 5시45분쯤 서현역 인근에 도착했고, 오후 5시56분 보행자 5명을 들이받았다. 오후 5시57분 차에서 내린 최씨는 오후 5시58분부터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약 2분 만에 9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최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기록이 대부분이었다. 최씨는 프로그래밍을 주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4년여 년 전부터 활동해왔다. 다른 지인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가족과도 일상적인 대화만 가끔 나눴을 뿐이었다. 그는 배달원으로 일했지만 특정 업체에 속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휴대전화 등을 통해 검색했던 내용은 대부분 ‘스토킹’ ‘스토킹 조직’ ‘방사선’ ‘전파무기’ 등이었다. 경찰은 “최씨가 ‘스토킹 조직이 자신을 방사선과 전파를 이용해 공격하려 한다’는 피해 망상에 빠져있었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대인기피증이 심해 중학생이던 2015년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2017년 증세가 악화하면서 1년 만에 자퇴했다. 최씨는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2020년에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다”며 정신과 치료를 스스로 중단한 바 있다.

최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흉기를 든 사진 등 게시물을 올리고, ‘살인’ ‘집단 학살’ 등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스토킹 조직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 결과로만 볼 때 최씨의 범행이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벌인 조선(33)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렌식 결과 신림역 사건에 대한 검색 기록이 있기는 했지만, 그 횟수가 유의미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최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신림역 사건)을 신경쓰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최씨는 범행에 관해 ‘후회한다’ ‘반성문을 제출하고 싶다’ 등의 진술을 했으나,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까지도 이 사건 피해자 중 자신을 해치려는 스토커 집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상묘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장(분당경찰서장)은 “수사팀은 영상 분석과 휴대전화 2대·PC에 대한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피의자의 범행 동기 및 그 과정을 다각도로 수사했다”면서 “범행 전날 흉기를 구입한 점 등을 토대로 살인 예비 혐의를 추가해 피의자를 10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으로 차량에 받힌 보행자 5명 중 60대 여성 1명이 사망했다. 20대 여성 1명은 생명이 위중한 상태다. 다른 3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흉기에 찔린 시민 9명도 모두 중상이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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