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많이 와도 콘크리트 타설"…건설 노동자가 고백한 부실 '꼼수'

이민하 기자 2023. 8.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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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레미콘 운송일은 하는 김봉현 씨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국회토론회에서 "불량 레미콘은 건설 현장에서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건설 현장에서 장시간 타설 시 품질 저하, 작업 편의를 위한 물 붓기 등이 이뤄지고, 관리 감독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인천 검단 안단테 GS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운송, 콘크리트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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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국회토론회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4일 오후 지하주차장 붕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사고 현장이 검은색 천막으로 덮여 있다. 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지난 4월29일 지하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GS건설 측은 공식 사과하고, 단지 내 아파트를 모두 철거한 뒤 전면 재시공하는 수습안을 내놨다. 2023.08.04.


"건설 현장에서 불량 콘크리트 관리는 대부분 형식적이고, 불량이 발견돼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레미콘 운송업 김봉현)

"수직·수평 철근끼리 결속이 안 돼도 공기에 쫓겨서 그냥 넘어갑니다. 감리는 공사 중반이 넘어가면 시공사에서 찍어준 사진만 보고 승인을 해줍니다."(철근공 한경진)

30년째 레미콘 운송일은 하는 김봉현 씨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국회토론회에서 "불량 레미콘은 건설 현장에서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건설 현장에서 장시간 타설 시 품질 저하, 작업 편의를 위한 물 붓기 등이 이뤄지고, 관리 감독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인천 검단 안단테 GS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운송, 콘크리트 작업을 했다.

김 씨는 부실 콘크리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레미콘 제조사와 건설사의 형식적인 검사 행위를 지목했다. 그는 "건설사 품질실험실에서 사전에 품질실험을 한다고 알리면 레미콘 제조사에서 특정 배차에 시멘트를 기준이상으로 배합한다"며 "해당 배차만 검사하기 때문에 시멘트 강도가 우수할 정도로 높게 나오는 것"이라고 고발했다.

또 레미콘 생산부터 현장 타설까지 여름철에는 90분, 겨울철에는 120분 안에 이뤄져야 하는데, 한꺼번에 무더기 차량을 배차받아 현장서 대기시키는 '몰배차' 행위 등으로 레미콘이 굳거나 골재와 분리되는 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 비가 많이 내릴 때도 안전시설 없이 그냥 타설을 하거나, 시멘트와 골재가 분리돼 패여 나가는 상황에도 그대로 타설을 한다"고 말했다.
'철근 누락' 고질적인 문제…현장 감리도 요식행위에 불과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8.09.
20년째 공공·민간 건설 현장에서 철근공 일하는 한경진 씨는 건설 현장 전반의 고질적인 '철근 누락' 문제를 꼬집었다. 한 씨는 "최근 붕괴한 지하 주차장뿐 아니라 지상층에서 더 많은 부실이 있다고 본다"며 "뼈대가 되는 수평·수직 철근을 일정한 간격으로 묶어줘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안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콘크리트와 철근이 잘 붙어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철근 누락이나 미결속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촉박한 공기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씨는 "타설 일정이 미리 잡혀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철근 작업을 끝내라고 압박한다"며 "숙련공이 100번 묶을 때 비숙련공들은 (일정에 맞추려고) 10번 묶고 마니까 안전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장 감리도 형식적인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 씨는 "공정이 진행되다 보면 감리 대신 원청사 말단 직원들이 감리 업무를 대신하는 걸 봤다"며 "매일 감리가 해야 하는 검침을 대신해 원청사 직원이 잘 찍힌 사진을 보내고 이를 보고 승인을 해주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했다.
'주차장 붕괴' 인천 검단 안단테 입주예정자들 '인생 계획도 무너졌다'
올해 4월 지하 주차장이 무너진 인천 검단안단테 입주예정자들도 사고 이후 현재 심정을 털어놨다. 삶의 터전이 되는 집이 사라졌는데 LH의 일방적인 업무수행 방식에 답답하고 비참함까지 느낀다는 게 입주예정자들의 말이다.

검단 안단테 입주예정자인 어광득 씨는 "입주 예정자들은 현재 철저하게 소외되고 아파트가 제대로 건축됐는지 알 수도 없고, 검증할 방법도 없다"며 "대다수 입주예정자가 중도금에 평생 모은 돈이 묶여 있고, 대출 이자도 계속 내야 하는데 (입주자들의 문제를) LH나 GS건설은 얘기조차 안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올해 입주 예정에 맞춰서 인생 계획을 세우고 살아왔는데, 다시 짓는데 최소 5년 걸린다고 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준비할 수 있게 (보상안, 재시공 계획 등) 제대로 된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건설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사비와 공기 부족이고 이를 유발하는 게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라며 "직접지급제를 의무화 하는 게 불법하도급을 원천 차단하고 부실시공을 막는 핵심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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