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의 장막` 시대로 회귀하는 중국…"시진핑 철권통치가 외국인 접근 차단"
중국이 덩샤오핑 이전의 폐쇄국가로 회귀하는 것일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철권통치'를 강화하면서 외국인의 중국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 진단했다.
중국이 최근 반(反)간첩법(방첩법) 개정으로 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시 주석마저 외국 방문과 외부 인사 접견을 줄이는 분위기가 중국 내에서 외국인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냉전 시절 중국의 대외 폐쇄주의를 가리키는 '죽의 장막'이 다시 들어서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이 시작한 개혁개방정책으로 잊혔던 단어가 재소환되는 셈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미국과의 무역·기술 전쟁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 이후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중국의 접근을 사실상 차단하는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압박에 맞서 내부 통제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서방 기업인들이 거대한 중국 경제의 맥을 짚기 위해 이전에는 중국의 주요 정책 당국자들과 유익한 접촉을 할 수 있었으나, 이젠 접촉이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윤리 문제를 이유로 중국 당국자들이 외국의 은행가·이코노미스트·기업인 등과의 약속을 거절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설사 만난다고 하더라도 정보가 될 만한 얘기는 꺼리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기업인 유라시아 그룹의 클리프 쿱찬 의장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3년여만에 중국을 방문했으나, 접촉한 중국인 대부분이 이전보다 신중하고 공식적인 발언에 치중했으며 시 주석의 발언을 인용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 내부의 불투명성이 더 짙어지면서 외국인들의 신뢰 저하로 이어져 침체한 중국 경제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이 중국 정부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올해 1분기 200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1분기 FDI가 1988년 이후 25년 만에 최소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들어 수개월간 자국 내 기업 데이터와 학술지의 외국 접근을 제한했는가 하면 컨설팅 기업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범법 행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1일 강화된 방첩법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 베인앤드컴퍼니에 이어 미국 컨설팅업체 캡비전이 압수수색 대상이 됐으며, 일본 제약사 직원은 간첩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첩보원·간첩 색출과 더불어 국내 정치범 업무를 담당할 국가안전부장에 최측근인 천이신을 전진 배치해 철권통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알렸다.
특히 9년 만에 개정된 방첩법은 '국가 안보·이익에 관한 자료 취득·매수·제공'을 간첩 행위로 규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가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어 법 적용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은 물론 중국인조차 자칫 잘못하면 방첩법으로 처벌받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정부 기관, 대학, 국영기업 상대로 국가 기밀 유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국가기밀보호국이 운영하는 '바오미관'이라는 앱은 지난 5월부터 보안 교육 과정을 운영하면서 국가 기밀 유지를 위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친다. 중국 공무원들은 최소 4시간의 바오미관 온라인 교육을 받고 합격 때까지 시험을 쳐야 한다.
코로나19 이전 잦았던 시 주석의 외국 방문이 급감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3∼2019년에 연평균 14차례 외국을 방문했던 시 주석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지난 3월 21∼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난 걸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외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1월부터 1천 일 동안 외국 방문을 중단했다. 그는 올해부터는 중국의 일상 회복과 맞물려 외국 방문을 늘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사실상 '칩거'를 선택한 데 대해서도 중국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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