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피자 르세라핌×치킨 뉴진스×버거…우리가 K푸드 간판인 '걸'
최근 소비자들의 팬심을 겨냥한 걸그룹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식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단순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특정 걸그룹의 독자적인 세계관이나 콘셉트를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연결 짓는가 하면 걸그룹만의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제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팬들이 소장하고 싶은 다양한 한정판 굿즈는 덤이다. 세계적으로 K팝 걸그룹과 K푸드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소녀 팬을 몰고 다니는 보이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걸그룹은 팬덤 소비가 약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 이런 말은 옛말이 됐다.
오븐 치킨·피자 프랜차이즈 굽네의 브랜드 모델 르세라핌은 지난 5월 신제품 '블랙 트러플 스테이크 시카고 피자' 광고에 출연했다. '르세라핌 인 시카고'란 제목의 광고는 르세라핌 멤버들이 일상에서 피자를 먹고 즐기는 브이로그 콘셉트로 공개 2개월 만인 지난달 누적 조회 수 7000만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르세라핌은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I'm Fearless(난 두려움이 없어)'라는 상징적 대사의 알파벳을 재배열해 만든 이름으로 세상에 굴하지 않는 당당함과 자기 확신 등을 상징한다. 굽네는 이런 르세라핌의 톡톡 튀는 매력을 광고 콘텐츠에 담아냈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지난 6월 서울 마포구의 플래그십 스토어 '굽네 플레이타운'에서 진행한 팬 사인회가 대표적이다. 사전 질문을 받아 진행된 질문 추첨 토크쇼는 르세라핌 팬미팅을 방불케 했다. 팬들과 함께한 미니 게임에서는 포스터와 굽네 상품권, 치킨·피자 세트를 증정하는 등 다양한 경품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에는 르세라핌의 모습을 담은 스마트폰·PC 배경화면을 무료로 제공하는 '르세라핌 인 마이 폰' 이벤트도 한 달간 진행했다.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굿즈에 익숙한 Z세대 소비자를 위해서다.
한국맥도날드는 '괴물 신인'으로 불리는 걸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발탁했다. 뉴진스(NewJeans)는 전에 없던 색다른 매력과 신선함을 주면서도 청바지처럼 편안하고 질리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매번 대중적이면서도 색다른 맛과 경험을 선사하는 맥도날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뉴진스는 대중적이면서도 독특한 색깔이 있는 음악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Y2K 패션(2000년대 초반 패션) 등 레트로 감성을 10대의 발랄한 느낌으로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아티스트로도 주목받고 있다.
뉴진스는 '색다른 차원의 바삭함'을 담은 맥도날드 광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는 한국맥도날드가 주도하는 첫 글로벌 캠페인으로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10개국에서 전개된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행하고 있는 챌린지 영상을 콘셉트로 한 '뉴진스 치킨 댄스 챌린지' 광고는 수많은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탄생시켰다. '뉴진스도 춤추게 하는 맥크리스피' 콘셉트로 맥도날드의 신제품 인지도를 크게 높여놨다는 평가다.
스타벅스는 걸그룹을 넘어 글로벌 K팝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는 블랙핑크와 손잡고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9개국에 팬심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협업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25일부터 한정 기간 판매되는 블랙핑크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블랙핑크를 테마로 기획한 음료와 디저트를 포함해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의 굿즈, 스타벅스 카드(금액권) 등으로 구성됐다.
'블랙핑크 스트로베리 초코 크림 프라푸치노'는 오트 베이스에 딸기 시럽과 다크초콜릿 소스를 배합해 블랙과 핑크 컬러의 조화로운 색감을 강조한 상품이다. 음료 위에는 핑크색 휘핑크림과 블랙핑크 로고 모양의 하트 초콜릿을 올렸다. 특히 스타벅스는 블랙핑크 탄생지인 한국에서만 협업 푸드를 내놨다. '블랙핑크 딸기 크림 초코 바움쿠헨'과 '블랙핑크 딸기 크림 초코번'이 그 주인공이다.
또 스타벅스는 상품 표면에 반짝이는 라인스톤을 장식해 화려함을 더한 '블랙핑크 라인스톤 콜드컵'과 올록볼록한 질감을 가진 '블랙핑크 스터드 콜드컵' 2종(블랙·핑크), 블랙핑크 심볼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블랙핑크 워터보틀' '블랙핑크 키체인' '블랙핑크 패스포트홀더' '블랙핑크 토트백' 등 다양한 디자인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한국파파존스는 국내 론칭 20주년을 맞아 잘파(Z+알파·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를 통칭) 세대의 주체적이고 당찬 매력을 가진 걸그룹 아이브와 함께 광고를 제작했다. 아이브는 걸그룹의 팬은 남성이라는 편견을 깨고 노랫말에 자신과 사랑에 빠진 감정을 다뤄 10대 소녀 팬층도 두껍다. 지난 6월 파파존스는 아이브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통해 파파존스 피자의 맛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한 신규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힘입어 파파존스가 지난 2월 출시한 '아이브 픽! 기브 투게더 세트'는 1세트 판매마다 1000원을 학대피해아동과 위기가정아동 지원을 위한 기부금으로 조성해 잘파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를 파고들었다. 인기 메뉴인 오리지널 수퍼파파스 피자와 파파스 파스타 세트 조합의 '최애세트', 오리지널 존스 페이버릿과 파파스 윙 또는 치킨스트립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세트'가 대상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제로 칼로리·제로 슈거의 과일향 탄산음료 '탐스제로'의 새 모델로 걸그룹 (여자)아이들을 지목하고 지난 3월 새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는 '매일 새로움을 탐해'라는 콘셉트로 멤버들이 스티커 사진 촬영, 볼링 등 일상 속 즐거운 순간에 탐스제로와 함께하는 영상이다.
(여자)아이들은 다양한 앨범 작업을 통해 작사·작곡부터 뮤직비디오, 비주얼 콘셉트, 스토리 등에 모든 멤버가 참여해, 만들어진 걸그룹이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걸그룹으로 주목받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여자)아이들의 독창적인 음악성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미지가 탐스제로 브랜드와 잘 어울려 모델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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