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대의원제 손질'에 野 내분…비명 "공천 학살" vs 친명 "하명 혁신 아냐"

2023. 8. 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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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공개회의에서도 충돌…서은숙 "권리당원이 더 국민과 가까워" vs 양소영 "대의원제, 국민 관심 밖"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오는 10일 현행 대의원제도와 공천 규칙을 수정하는 혁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비(非)이재명계 측은 '이재명 지도부의 공천 학살'을 거론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친(親)명계는 '하명 혁신이 아니다'라며 혁신위 결정은 지도부와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비명계 대표 의원으로 꼽히는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9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천룰을 자꾸 손보겠다는 것 자체가 아마 비명계 의원들 학살을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대표가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가 혁신 대상이라고까지 얘기를 듣고 조롱을 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대표가) 아무런 표명을 안 하는 이유는, 사과하는 순간 혁신위에 대해서 해체 등의 수순을 밟아가야 하는데 '개딸'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공천 제도를 손보고 싶은, 그래서 비명계를 학살하고 싶은 (것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혁신위가 공천 룰을 손보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우리(혁신위)가 평가를 제대로 해보니 공천룰 때문이다'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수용 가능하지만, 자의적인 판단으로 비이재명계의 학살이라고까지 의심할 수 있는 그런 공천룰을 지금 이재명계 일색의 혁신위에서 건드린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나아가 이 대표의 '옥중 공천'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이 대표가 구속이 되더라도 사임을 안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본다"면서 "벌써 몇 개월 전에 지난 CBS 논설위원하고 얘기하면서 '나는 옥중 공천이라도 하겠다'라고 하는 얘기, 그게 아마 이재명 대표의 진심어린 생각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 체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을 가장 바라는 사람은 국민의힘"이라며 "이 대표가 그만 (당대표를) 내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사퇴 후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명계에서는 비명계의 반응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은 김영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혁신위는 혁신위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두고 논의하고 제안한다"며 "누구의 무슨 하명 혁신은 아니지 않냐. 과도한 오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비명계의 공천 학살 우려에 대해 "혁신위가 누구의 말을 따라서 하는 그런 혁신위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공천 학살을 진행하는 기제를 제공할 것이라 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당 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혁신의 출발은 기존의 정치권이 누려왔던 기득권과 병폐 현상"이라면서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혁신 내용의 과감성이 필요하다"고 역시 혁신위를 옹호했다.

박 대변인은 "혁신의 대상이 됐을 경우 피를 보는 대상이기 때문에 항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혁신의 방향이 옳으냐는 것이다. 혁신의 방향이 맞거나 시대의 요구가 있다고 하면 국민들이 볼 때 '이거 타당한 것 아니냐' 하는 여론이 조성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혁신안에 포함될 대의원제와 공천 룰 수정에 대한 충분한 여론이 조성됐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의견 충돌 양상은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청래·서은숙 최고위원은 각각 "민주당의 민주주의 1인 1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이 관여하여 임명하는 1만6000 대의원보다 130만 권리당원들이 더 국민과 가까이 있다"며 대의원제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반면 같은 자리에서 양소영 대학생위원장은 "혁신위원회는 총선과는 전혀 상관없는 국민 다수의 관심 밖인 대의원제를 놓고 그것이 혁신인 듯 외치고 있다"면서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묵살하는 폭력적 행위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박홍배 전국노동위원장도 "지금의 민주당은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그리고 한국노총의 합당 선언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대의원제 폐지 시)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파기 가능성은 매우 상당히 높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혁신위는 오는 10일 발표할 혁신안 가운데 현행 60 대 1에 달하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조정하고, 동일 지역 3선 이상 다선 의원에 대한 공천 시 경선 득표를 감산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혁신위는 당초 전날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혁신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발표 일정을 10일로 미뤘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 종료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대의원제 폐지' 혁신안을 내놓으면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그때 나오면 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3선 이상 (다선 의원) 공천 시 패널티' 방안에 대해선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국회에서 확대간부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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