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몰리는 해외패션…똘똘한 브랜드 골라 신명품 만들어요"
강민주 해외패션사업부 상무
아워레가시·토템·피어오브갓
600여 개 달하는 브랜드 운영
인지도·판매력·정체성 갖춘
신명품 인큐베이팅 역할 톡톡
"더현대서울이나 현대백화점 판교점처럼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들어가는 장소를 눈여겨보고 서울에 매장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해외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편집숍은 해외 브랜드를 국내 소비자에게 처음 선보이고 가능성을 점검하는 첫 장소다. 그만큼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 패션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가장 먼저 깨닫는 곳이기도 하다. 강민주 한섬 해외패션사업부 상무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중국·일본 가운데 한국 시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 상무는 "일본은 해외 브랜드에 보수적이며 MZ세대 소비가 정체되어 있고, 중국은 한동안 진입 자체가 막혀 있었던 반면 한국은 해외 패션 성장성이 높아 해외 브랜드들이 눈여겨보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의 패션 센스가 높다는 인식이 있고, MZ세대의 성지로 불리는 더현대서울 같은 백화점을 보여주면 깜짝 놀라는 업체들도 많다"고 말했다.
강 상무는 2021년부터 한섬의 자체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 무이 등을 총괄해 신규 해외 패션 브랜드 발굴에 힘쓰고 있다. 한섬은 전국 80여 개 편집 매장에서 600여 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토템·아워레가시 등 신규 해외 패션 브랜드를 발굴해 한섬의 해외 패션 브랜드 확대 사업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편집숍 중에선 무이가 신명품 브랜드를 발굴·육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섬이 생각하는 신명품의 성공 조건에 대해 강 상무는 인지도와 판매력, 브랜드 정체성 등 3박자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40대가 선호하고, 대중성이 있으면서 매출이 입증되어야 한다"며 "특히 이도 저도 아닌 콘셉트를 지닌 브랜드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이 확고하게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이와 톰그레이하운드를 합쳐 수백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어떤 제품이 잘 팔렸고, 어떤 제품이 단독 매장을 냈는지 데이터와 경험을 토대로 한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살펴본다"면서 "우리 고객들에게 최신 패션 트렌드를 최전선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환율, 경기 침체 여부, 생산 원가 등을 다양하게 따져보기도 한다. 이 같은 요소들이 패션 소비와 브랜드 생산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 상무는 "패션 분야에 있다고 패션만 봐서는 안 되고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관심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패션 업계에 유행이 있는지 묻자 강 상무는 "자신의 취향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획일적으로 어떤 제품을 사려는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기에 편집숍의 주요 고객층이 선호하는 제품을 골라내는 것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무이와 톰그레이하운드의 주요 고객층은 30대 후반에서 40대다. 강 상무는 "우리 고객들은 노출이 심하고 실험적인 옷보다는 고급스럽고 목적하에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들여온 옷들은 2시즌, 1년 정도 지켜본다. 물론 1년만에 들여온 해외 브랜드가 모두 인지도가 생기고 확 뜨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강 상무는 "강력한 정체성이 있거나 감각 있는 디자이너가 차린 브랜드 등 확신이 있으면 더 길게 지켜보기도 한다"며 "길게는 10년 정도 관계를 쌓아온 브랜드도 있다"고 했다.
편집숍들은 보다 좋은 브랜드를 가져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한섬은 지난해 8월 스웨덴 디자이너 브랜드 아워레가시를, 올해 1월에는 스웨덴 여성 의류 브랜드 토템을 출시했다. 두 브랜드 모두 다른 편집숍과 경쟁해서 데려온 브랜드라고 한섬 측은 귀띔했다. 토템은 한섬의 편집숍 중 하나인 톰그레이하운드를 통해 국내 첫선을 보였다가 시장성을 확인한 뒤 올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아워레가시는 강 상무가 특히 눈여겨본 브랜드 중 하나다.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독특한 매력이 눈길을 끌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강 상무는 "허세를 부리는 브랜드들이 많은데, 아워레가시는 눈에 띄려고 하지 않는데도 자연스럽고 쿨한 매력이 있었다"며 "단독 매장을 내면서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우리 고객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구나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해 무이 매장에서만 선보이던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와는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국내 첫 단독 매장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냈다.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 역시 무이 매장에서 선보인 이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국내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무이는 새로운 브랜드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께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영국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에르뎀의 2023 프리폴 컬렉션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에르뎀은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 할리우드 배우 키라 나이틀리 등 영국 왕실부터 유명 인사까지 선호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여성 브랜드보다는 남성 브랜드에서 성장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강 상무는 "구찌 맨즈, 디올 맨즈 등이 잇달아 나온 것을 보면 신명품으로 꼽히는 남성 브랜드의 신장률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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