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10평 남짓한 작은 치킨가게서 업계 첫 주식시장 상장 신화 써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2023. 8. 9.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손님에게도 진심 다해 …
1991년 경상북도 구미시에 10평 남짓한 작은 통닭 가게로 출발한 교촌치킨 1호점. 교촌치킨

교촌치킨은 2020년 치킨 업계 최초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이듬해인 2021년엔 역시 업계 최초로 매출액 5000억원(연결 기준)을 돌파했다.

교촌은 1991년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10평 남짓한 작은 통닭 가게로 시작했다. 창업주인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가족을 위해 노점상 등 숱한 직업을 전전하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교촌치킨의 첫 매장이었다. 당시 상호는 '교촌통닭'이었다.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미 동네에는 치킨집이 즐비했고, 오픈 효과가 지나자 곧 하루에 1~2마리만 팔릴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이랬던 교촌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데는 작은 사건이 시발점이 됐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온라인 광고라는 게 없었다. 직접 전단을 돌리거나 하는 정도가 매장 홍보 수단의 전부였다. 주문 수단도 전화만 있었고, 사람들은 114에 전화를 걸어 치킨집 번호를 묻곤 하던 시기였다. 당시 권 회장은 114에 종종 전화를 걸어 교촌통닭 번호를 물었다. 전화교환원들에게 먼저 알리면 혹시나 다른 사람이 치킨집 번호를 물었을 때 교촌으로 연결해주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간절한 마음이 통해서였을까. 한 번은 전화교환원들이 교촌통닭이 궁금해졌는지 직접 주문했다. 총 7마리였다. 한여름이었지만 권 회장은 혹여 치킨이 식을까 배달 차량에 에어컨도 틀지 않고 창문도 열지 않았다. 온 몸이 땀에 젖었지만 진심을 담아 전달한 치킨은 교환원들에게 최고의 맛으로 통했다. 이후 114로 치킨집 문의가 오면 교촌통닭을 연결해주곤 했다.

그렇게 차츰 주문이 늘어나던 참에 결정적인 사건이 또 한번 일어났다. 당시 구미는 공업단지가 크게 번성하던 시기였다. 하루는 젊은 남녀 두 사람이 찾아와 치킨을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인근 백화점 직원 10명이 단체손님으로 들어왔다. 매장에는 4인용 테이블이 3개 있었다. 회식 손님이 흔치 않을 때라 미리 온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옮기면 불편해도 모두 앉을 수 있었다.

5~6마리는 더 팔 수 있었지만 권 회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단체손님을 정중하게 돌려보내며 남아 있는 두 손님에게 조금도 불편해 말고 천천히 드시라고 했다. 예상치 못했던 배려였는지 두 손님은 이후 교촌의 맛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 남자 손님의 직장이 인근 대규모 전자회사 공장이었고, 이후 이 공장 직원들의 간식과 야식의 대표 메뉴는 교촌통닭이 됐다. 맛있다는 소문이 한번 돌기 시작하자 판매량은 급격히 늘어났다.

교촌치킨은 현재 국내에서 1380여 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도 7개국에 진출해 67개 매장이 글로벌 고객을 맞고 있다.

[최재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