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서 라이더 지키자는데, 맥도날드가 어려운 합의 무산” 업체들 반발, 무슨 일?
배달대행 업체 하루 휴업 합의했지만
“맥도날드 서귀포 한 지점 반대로 무산”
9일부터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드는 제주지역 배달대행 업체들과 가맹점들이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하루 휴업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맥도날드의 한 지점이 동참하지 않아 무산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해관계자들이 어렵게 이룬 합의를 대기업 지점이 깨트렸다는 주장이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해당 업체들이 모두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알았고, 압박을 넣은 사실은 없다’고 했다. 태풍이 본격 상륙한 현재는 배달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경향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제주 서귀포시 시내 배달대행업체들은 전날 ‘태풍 카눈으로 인해 배달노동자들이 위험할 수 있으니 9일 하루 배달을 쉬자’고 합의했다. 배달대행업체들은 가맹계약을 맺은 가맹점들에 이 사실을 알렸고, 지역 식당들을 비롯해 유명 프랜차이즈 지점들도 대행업체들의 합의에 공감하며 동참의 뜻을 밝혔다. 서귀포 시내에는 배달대행업체 8~9곳이 80~100여명의 라이더들과 함께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배달대행사들은 일부 업체가 맥도날드 한 지점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이 합의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점에 들어가는 업체들은 모두 하루 휴업에 동의했지만, 연락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배달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한 업체만 정상적으로 배달이 이뤄지면 합의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배달대행사들은 ‘하루 휴업’ 결정을 접고 배달을 진행했다. 현재는 제주도청의 요청으로 맥도날드도 배달을 중단한 상태다.
서귀포 지역 배달대행 업체 대표 A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나라에서도 재난문자까지 보내며 안전을 강조하는데, 라이더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합의를 ‘갑질’로 깬 것 아니냐”며 “결과적으로 맥도날드 배달을 하는 기사들은 물론 맥도날드에 들어가지 않는 기사들까지 태풍 속에 운행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맥도날드는 해당 점포가 가맹계약한 업체들이 모두 배달 중단을 합의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업체들과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업체가 먼저 배달을 제안해왔다는 것이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 영업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업체들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점포 측이 압박을 하거나 한 소지는 없다고 했다. 본사 측과 협의하에 이뤄진 결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배달대행업체들 쪽에서는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영향력 탓에 업체들의 합의가 무너진 것이라고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배달노동자들은 폭우·태풍에 특히 취약하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최근 3년간 여름철(6월~8월)에 발생한 교통사고 23만3000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천 시 교통사고 발생 빈도는 비가 오지 않은 날보다 1.22배 높았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플랫폼노동자 특성상 상대적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있고, 건당으로 돈을 버는 탓에 작업중지도 쉽지 않다.
구교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지역 가맹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대행사들이 배달노동자 안전을 위해 이렇게 나서주는 경우도 흔치 않고, 지역 가맹점들도 다행히 동의를 해주는 분위기였다”며 “사회적으로 안전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데,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대기업이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 모습은 상당히 개탄스럽다”고 했다.
한국맥도날드는 “한국맥도날드는 배달라이더분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태풍 등의 이상 기후 발생 시 배달대행 파트너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서비스 운영 여부를 결정한다”며 “이번 제주 지역 태풍 경보 발효와 함께 지역 배달대행 파트너사들과 서비스 운영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며, 파트너사들의 의견에 따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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