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KBS·MBC '이사회 개편' 속전속결…여야 구도 뒤집힌다

변휘 기자, 김승한 기자 2023. 8. 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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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 서기석 추천, 방문진 이사 차기환 임명
16일 남영진·권태선 이사장 해임 전망…野 '반발'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방송통신위원회의 모습. 2022.9.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KBS·MBC 이사회 개편의 '속도전'에 돌입했다. 이달 23일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그 전에 이미 KBS·MBC 이사회의 여야 구도 재편의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방통위는 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KBS 이사회 이사로 추천하는 안건, 차기환 변호사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로 임명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각각 'TV조선 재승인 심사점수 변경' 사건으로 해임된 윤석년 전 KBS 이사, 최근 자진사퇴한 임정환 전 방문진 이사의 후임이다.

현재 방통위는 여권에서 추천한 김효재 대행과 이상인 위원, 야권 추천인 김현 위원의 3인 체제다. 그러나 김현 위원은 회의에 앞서 "보궐이사 추천 및 선임 안건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2인의 결의로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

KBS 4대7, 방문진 3대6…與 '열세' 뒤집는다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왼쪽)과 차기환 변호사.
이날 방통위 의결로 차기환 변호사는 방문진 이사 임명이 완료됐다. 서기석 전 재판관은 KBS 이사 후보로 추천돼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방송계에선 두 사람이 각각 KBS 이사장과 방문진 이사장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기석 전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21회) 합격 후 청주·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거쳐 2013~2019년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차기환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사법시험(27회)에 합격해 수원·서울지법 판사를 거쳤으며 2009~2015년 방문진 이사, 이후 2018년까지 KBS 이사로 활동했다.

이를 통해 KBS와 MBC 이사진의 여야 구성이 뒤바뀔 계기가 마련됐다. 먼저 KBS 이사회 총원은 11명인데 기존에는 현 여권 인사 4명, 야권 인사가 7명이었다. 그러나 윤 전 이사 자리를 서 전 재판관이 채우면서 여야 '5대6'이 됐다. 여기에 야권 인사인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해 '방만 경영 방치' 등을 근거로 해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이날 사무처에서 해임 청문 예정이었지만, 남영진 이사장은 불참했다. 그의 해임이 확정돼 여권 인사를 추천하면 KBS 이사회는 여야 '6대5' 구도가 된다.

방문진은 총원 9명은 여야 '3대6' 구도다. 임정환 전 이사와 공석을 채운 차기환 전 재판관 모두 여권인사로 구도 변화는 없다. 다만 방통위는 현재 'MBC 경영관리 부실' 등의 이유로 권태선 이사장과, 안형준 MBC 사장의 주식 명의대여 의혹과 관련한 MBC 특별감사 방해를 이유로 김기중 이사의 해임 절차를 추진 중이다.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 청문은 14일 열리며, 김기중 이사에겐 아직 해임처분 사전통지서를 전달하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야권 인사다. 방통위가 이들의 해임을 확정하고 여권 인사로 채우면 방문진 역시 '5대4' 구도가 완성된다.
16일 결론날까…野 "방통위 '8월 중 해임' 시간표만 보여"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방문진의 문서 관리 및 자료 제출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던 중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08.03./사진제공=뉴시스
방통위는 오는 16일 전체회의에서 남영진 이사장과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 관련 안건을 일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2일 윤석년 전 이사의 해임 제청안 의결 이후 한달여 만에 KBS·MBC의 기존 이사진의 총 4명을 교체하는 속도전이다. 이틀 후인 18일에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고돼 있다.

야권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현 상임위원은 방통위의 속전속결 행보에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배경으로 "김효재 직무대행의 임기인 이달 23일 이전 처리하겠다는 이유 말고는 없다"고 했다. KBS·MBC 이사진 재편이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수반되는 작업인 만큼, 신임 방통위원장 취임 전 '대행 체제'에서 마무리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야권 KBS·MBC 이사들도 이날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와 MBC 이사장의 동시 해임은 한국 언론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방통위의 눈에는 '8월 중 해임'이라는 정부의 시간표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이사들을 해임하고 자신들의 뜻에 맞는 이사들로 빈자리를 채우고 나면, 정부는 여러 구실을 만들어 KBS·MBC 사장을 교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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