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큰 피해 없길…" 태풍 '카눈' 위험반경 동해안 초긴장 속 대비 '만전'

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2023. 8. 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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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제6호 태풍 '카눈' 10일 한반도 관통 예상
강원영동 9~11일 최대 600㎜ 이상 물폭탄
지역에 따라 '시간당 100㎜' 폭우 예보
강릉 등 동해안 지자체 피해예방 '만전'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 가동
기상청 "강하고 많은 비, 철저한 대비" 당부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9일 강릉시 상습침수지역인 경포호수 인근의 진안상가에 대형 펌프가 설치돼 있다. 전영래 기자

북상하고 있는 제6호 태풍 '카눈'이 오는 10일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경에 속한 강원 영동에는 최대 600mm 이상의 역대급 폭우가 예상돼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이 그 어느때보다 긴장하고 있다.

9일 오후 찾아간 강릉 경포해수욕장 인근의 진안상가 일대. 아직은 바람도 없고 약한 비가 내리고 있지만, 주민들의 얼굴에는 큰 걱정이 묻어났다. 상습침수지역인 이곳은 지난 4월 대형산불로 입은 피해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 태풍으로 역대급 '물폭탄'이 예보돼 있기 때문이다.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9일 동해안 85곳의 해수욕장 출입이 통제됐다. 전영래 기자


경포호 범람에 대비해 구축한 대형 펌프와 경포해수욕장에 표시된 출입금지 깃발 등은 북상하는 태풍에 대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우려 속에 그저 최대한 피해가 없기 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경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안모(70)대 부부는 "산불도 나고 해서 장사도 안되는 데다가 태풍까지 온다니까 잠도 안 온다. 3년 전에도 잠겼는데 (이번에도 잠기면) 살림 다 망가지고 또 시작해야 되고…자연적인 재해라 어쩔 수 없어 정말 큰 피해가 없이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지난 6~7일 밤사이 한때 시간당 90mm가 넘는 국지성 집중호우에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 등이 속출했던 고성지역 주민들은 복구도 덜 된 상황에서 태풍 소식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민 이모(70대)씨는 "몇일 전에도 비가 많이 와서 지금 응급복구를 하는 곳도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또 많이 온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지자체에  행정에서도 단도리를 많이 하고는 있지만 다들 걱정하는 마음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9일 오전 10시 발표된 제 6호 태풍 카눈(KHANUN) 이동경로. 기상청 제공


기상청이 이날 오전 10시 발표한 태풍 정보에 따르면 카눈은 1시간 전 일본 규슈 남서쪽, 제주 서귀포에서는 남동쪽으로 360㎞ 떨어진 해상을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은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11일까지 강원 동해안에는 200~400㎜, 많은 곳 6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영서는 100~200mm 가량의 비가 예상된다.

영동은 이날 늦은 오후부터 비의 강도가 강해져 10일까지 시간당 60~80mm(곳에 따라 100mm 이상), 강원영서는 10일 아침부터 밤 사이 시간당 30mm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동해안 6개 시·군과 산지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했다.

특히 카눈이 지난 2002년 영동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냈던 루사의 이동속도(시속 18㎞)와 비슷해 태풍 오른쪽에 놓인 동해안 지역의 피해가 우려되면서 강원도와 동해안 시·군들은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강릉에는 기상관측 이후 최대 일일 강수량인 870.5㎜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강릉에서만 사망 46명, 실종 5명, 부상 17명 등 68명의 인명피해와 8천억 원 재산피해가 발생하며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됐다.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강릉 주문진항에 정박한 어선들. 전영래 기자


이에 강원도는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가동하고 태풍 북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현장 점검 등을 진행하고 있다. 도는 산사태, 급경사지, 하천 제방 등 재난 취약지역 16만 곳을 최근 점검한 데 이어 인명피해 우려 지역 279곳에 대해서는 관리 책임자를 지정했다.

또 동해안 지역 어선 2500여 척을 항구로 피항시키거나 육지로 인양하는 작업을 마쳤다. 동해안 6개 시·군에서 운영 중인 85개 해수욕장은 관광객이 바닷가에 접근하지 않도록 사전 통제하고, 경찰 등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73곳에 설치된 항만 및 어항 출입 차단 조치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폭우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동해안에는 3개 점검반을 파견해 소규모 항·포구와 해안가 등 재해 취약 시설을 직접 살피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날부터 태풍특보 해제 시까지 탐방로와 야영장, 대피소, 극한탐방(암벽) 이용을 사전통제한다. 탐방로 통제 구간은 고지대 탐방로를 포함한 전 구간이다.

강릉시는 지난 8일 오전 9시 12층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제6호 태풍 '카눈' 북상에 따른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강릉시 제공


이와 함께 강릉과 속초 등 동해안 지자체들도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 인명피해 제로화와 재산피해 최소화를 위한 예방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시·군은 인명피해 우려지역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계곡·야영장 등 위험지역에 대한 통제조치와 침수구간 및 교량부 폐색구간 준설,  산사태위험지역 사전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강릉시는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경우 산사태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립식 주택 141동의 안전 상태를 점검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도 실시간 태풍 진로 확인과 선제적 안전관리 대응을 통한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해 지난 7일부터 선제적으로 광역구조본부를 가동하고 있다. 동부지방산림청은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장마철 발생한 산사태 피해지 주변과 산사태 취약 지역, 산불 피해지, 산림 사업지를 특별 점검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모레(11일) 오전까지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고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겠다"며 "너울과 함께 해안지역에 매우 높은 파도가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는 곳이 있겠으니 피해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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