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1000억 투자’ 약속에도 또 사고···SPC 대책도 집행도 ‘불투명’
안전 강화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던 SPC가 잇따른 안전사고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 후 10개월이 흘렀지만 “제빵공장이 얼마나 안전해졌는지는 제대로 알 길이 없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노동자는 물론 소비자인 시민들에게 후속조치 내용이나 투자금 집행 계획 등을 정확히 공개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란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지난해 10월15일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진 뒤 각종 재발방지책을 내놨다. 허영인 회장은 사고 발생 6일 뒤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PC는 지난해 11월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도 출범시켰다. 한 달 후 28개 생산시설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의 안전진단을 끝내고 “개선 요구사항의 약 90%를 조치했다”고 알렸다.
올해 1월에는 고용노동부의 안전감독·근로감독에 따른 개선 요구사항을 100% 이행했다고 발표했다. 안전경영 선포식을 열고 “‘New SPC’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약속했다. 4월에는 반년간 안전장비 도입과 시설 보수, 작업환경 개선에 165억원을 투자해 “안전경영 활동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자료도 냈다.
그러나 사고는 이어졌다. 전날 경기 성남에 있는 SPC 계열사 샤니 공장에서 노동자 A씨(56)가 반죽기계에 끼여 수술을 받는 등 1년 사이 한 공장에서 끼임사고가 3차례나 발생했다.
평택 공장 사망사고에 대응해온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이번 사고 전부터 SPC에 고용노동부 기획감독 세부 결과와, 집행했다고 밝힌 후속조치 내용, 1000억원 투자 집행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현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SPC가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사회적 공언’을 한 만큼 사회적인 메시지를 줘야 한다”며 “아주 세세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떤 조치를 했는지 밝혀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실장은 “SPC가 이번 사고와 관련한 공정에는 평택 사망사고 이후 과연 어떠한 안전조치를 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경찰은 2인1조로 일하던 동료 노동자의 기계조작 실수로 이번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SPC 계열사에서 끼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를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C는 낱낱이 공개하지만 않았을 뿐, 진행상황을 노조와 공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PC 관계자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무자들이 (1000억원 사용) 진척률을 관리하고 있다”며 “양대 노조(한국노총·민주노총)와 설명회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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