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이사장 동시 해임, 언론사 유례없는 일"

강아영 기자 2023. 8. 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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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방문진 이사 12인 긴급 기자회견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청문 불출석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청문 절차 연기 요구서 제출

KBS 이사들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KBS, MBC 이사들의 해임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남영진 이사장 등 KBS 야권 추천 이사 6인과 권태선 이사장 등 방문진 야권 추천 이사 6인은 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항의하고, 공영방송의 바른 길을 호소하기 위해 함께 이 자리에 섰다”며 ”윤석열 정부가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공영방송 장악 음모를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KBS 야권 추천 이사 6인과 방문진 야권 추천 이사 6인이 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사들은 “윤석열 정부의 KBS, MBC 장악 공세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인 합의제 기구의 틀조차 무시한 채 두 방송사의 이사장과 이사 등 3명의 동시 해임을 강행하고 있다”며 “KBS, MBC 이사장의 동시 해임은 한국 언론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방통위는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동원된 해임 사유 조사 등 최소한의 법적 절차나 근거도 없이 해임 밀어붙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통위의 눈에는 ‘8월 중 해임’이라는 이 정부의 시간표만 보일 뿐”이라며 “이동관 새 방통위원장 체제가 들어서기 전에 어떻게든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마무리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사들을 해임한 뒤 자신들의 뜻에 맞는 이사들로 빈자리를 채우고 나면, 이 정부는 여러 구실을 만들어 KBS, MBC 사장의 교체에 나설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정부의 공영방송 형해화도 이미 시작됐다”며 “미디어 환경 변화를 빌미 삼아 공영방송의 인적·물적 토대와 위상을 축소시키고 소유·지배 구조마저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정부와 여당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KBS 경영의 안정적 토대이자 시청자의 책무(특별부담금)인 수신료의 납부 방식을 통합징수에서 분리징수로 바꾼 것은 이러한 의도를 명백하게 보여준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이사들은 그러면서 “KBS와 방문진 이사 12명은 공영방송이 절체절명의 위협을 받는 엄중한 시점에 강력히 요구한다”며 △KBS, MBC 이사들의 해임 추진 즉각 중단 △KBS 수신료 분리징수 등 공영방송의 토대를 뒤흔드는 조처 즉각 철회 △‘언론 장악 기술자’로 비판받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 철회 및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사임 △공영방송 지배·재원구조 개선 등에 대한 국회의 신속한 논의를 주문했다.

남영진 이사장 해임 청문 불출석…권태선 이사장 청문 절차 연기 요구서 제출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선 남영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를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1978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3년 뒤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해직됐는데, 경력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방문진 이사장직도 해임이라는 상황으로 끝을 맺을 처지에 놓여있다”며 “그러나 개인이 해임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정권의 목표가 단순히 MBC와 KBS를 장악해 그들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체제 전체를 무너뜨리는 데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부영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도 “방통위는 KBS, MBC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를 해임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분들이 뭘 잘못했길래 해임한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해임을 할 만하려면 최소한의 이유라도 제대로 밝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아무런 절차도 정당성도 없이 법을 무시하고 해임을 해도 되는지, 이것은 총칼만 들지 않았지 쿠데타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남영진 KBS 이사장은 이날 방통위에서 진행된 해임 청문에 출석하지 않았다. 남영진 이사장은 불출석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해임처분 사전통지서는 KBS 이사회 사무실로 왔지만 저는 비상임이기 때문에 받지 못 했다”며 “공식적인 문서를 받은 게 없고 전언으로 들었기 떄문에 (해임 청문에) 나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방통위 해임 청문 일정이 잡힌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도 이날 청문 절차 연기 요구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태선 이사장은 “해임은 굉장히 엄중한 사안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충분히 소명하고 항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법의 정신”이라며 “그런데 자료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주지 않고 저에게 직접 해임처분 사전통지서를 주지도 않은 상태서 14일 청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14일 청문을 출석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는 마음의 결정을 못 했고,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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