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9억 투입했지만 텅 빈 잼버리 메타버스… 대원 가입률 2.8%
정부가 밝힌 잼버리 메타버스 제작 취지는 ‘잼버리 참여자들이 온라인에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었다. 하지만 잼버리 메타버스에 대한 스카우트 대원들의 호응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4만여 명에 이르는 잼버리 참여자 중 잼버리 메타버스에 가입한 사람은 3% 미만이었다. 가입자들의 평균 이용 시간도 1인당 6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참여자 가입률 2%대… 휑한 메타버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일 기준 잼버리 메타버스에 가입한 잼버리 대원은 1194명이다. 새만금 잼버리 참여자가 4만 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가입률이 2%대에 불과하다. 과기부 관계자는 “잼버리 대원 자격으로 메타버스에 가입하려면 별도의 ‘코드’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 코드가 지난달 21일에야 발급돼 가입률이 저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는 잼버리 대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가입할 수 있다. 일반인까지 합치면 총가입자 수는 1만782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이 메타버스 안에 접속해 있었던 총 누적 시간은 1154시간. 가입자 1명당 평균 플레이 시간이 6분 남짓이라는 뜻이다.
기자도 7~9일 틈틈이 잼버리 메타버스에 접속해 봤다. 하지만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가상의 야영장인 ‘잼버리 오픈 월드’는 늘 인적이 드물었다. 수 차례 접속했지만 동시 접속자 수는 좀처럼 5명을 넘지 않았다. 오픈월드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에 참여해보려 했지만, 2~4인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대부분이라 ‘그림의 떡’이었다.
게임 자체도 ‘디지털 네이티브’인 MZ 세대(밀레니얼+Z세대) 스카우트 대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특히 워터파크를 꾸며 놓은 호수 속으로 들어가 보니 그래픽 깨짐 현상이 심했다. 5분 정도 접속해 있었더니 휴대전화가 들고 있기 불편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 잼버리 개영 후 이용자 급감… “충전시설 부족 영향”
과기부가 잼버리 메타버스 앱을 출시한 건 6월 9일이다. 정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잼버리 메타버스를 홍보했고, 7월 들어서는 일일 접속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일일 접속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선 날(7월 15, 16일)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잼버리가 시작된 8월에 접어들자 이용자가 오히려 급감했다. 8월 1~6일 하루 평균 접속자 수는 561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1주(7월 25~31일) 하루 평균 접속자 수 1099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수치다. 과기부 측은 잼버리 개영 후에 접속자가 더 늘며 메타버스가 ‘흥행’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개영 후에는 대원들이 여러 현장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접속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야영장 내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짐작한다”고 말했다. 실제 잼버리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행사 초기부터 “휴대전화 충전 시설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개영 직후부터 열악한 시설 문제가 제기되고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며 잼버리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사태 수습’에 집중 투입돼 메타버스 홍보가 부족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기부 관계자는 “폐영 후에도 메타버스를 계속 운영하며 참여자들이 각자 귀국한 후에도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10억 원에 가까운 국민 세금이 투입됐지만, 잼버리 참여자들이 이 앱의 존재를 잘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잼버리 메타버스 앱 이용 저조는 정부의 허술한 대회 준비 및 부실 운영 실태를 보여주는 한 사례”라며 “과기부는 대회 이후에도 앱 이용을 기대하고 있는데, ‘혈세낭비’ ‘애물단지’ 앱으로 전락하지 않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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