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하게’ KBS, 방문진 보궐이사 채우는 방통위···“김효재 임기 내 처리 이유뿐”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방송공사(KBS),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를 9일 추천·임명했다. 야당 측 방통위원인 김현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긴박한 사유’가 없는데도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보궐이사에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하고,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에 차기환 변호사를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김현 상임위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지난달 12일 윤석년 KBS 전 이사의 해임, 지난 7일 임정환 방문진 이사의 사퇴에 따른 조치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문진 이사는 전문성, 대표성을 고려해 방통위가 임명한다.
방송법을 보면 KBS 이사회에 결원이 생겼을 때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보궐이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방문진 이사의 경우 보궐 임원의 임기만을 정하고 있다.
김현 상임위원은 9일 입장문을 내고 “김효재 직무 대행의 6번째 직권 남용은 기네스북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방통위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을 보면 위원회 회의 소집은 48시간 전에 회의 일시, 장소, 상정 안건을 정해 각 위원에게 통보해야 한다. 긴급한 사안이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통상 방통위 회의 안건은 금요일에 사무처가 보고하고, 월요일에 위원 간 비공개 간담회를 연 뒤, 수요일에 전체회의를 여는 순서로 진행된다. 지난 4일 사무처가 보고한 전체회의 안건에는 KBS, 방문진 보궐이사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방통위 사무처는 지난 7일 오후 5시쯤에야 안건을 추가했다.
방통위 사무처는 이번 사안이 ‘긴급을 요하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상임위원은 “긴박한 사유는 김효재 직무대행의 임기인 오는 23일 이전 (보궐이사 추천, 임명을) 처리하겠다는 이유 말고는 없다”라며 “일언반구도 없이 보고 절차를 생략한 채 의결 안건을 상정한 것은 방통위 설치법, 회의 운영 규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방문진 이사의 자리는 사퇴 이틀 만에 채워졌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9일 성명을 내고 “차기환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문진 이사를 두 번씩이나 연임하며 MBC의 경영은 물론 편성, 보도, 제작에 끊임없이 관여해 MBC 구성원을 탄압하고, 전례 없는 170일 파업을 야기했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차기환은)세월호 유가족의 단식을 비하하는 극우 사이트 ‘일베’ 글을 공유하는 등 비합리적 극우 성향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라며 “방문진을 다시 일베들의 놀이터로 만들 셈인가”라고 물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남영진 KBS 이사장,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김기중 방문진 이사 해임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8일 “김 이사 청문 처분 사전통지서 송달을 시도했으나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며 “공무 집행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KBS 이사 6명과 방문진 이사 6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는 순간, 이 땅의 민주주의는 질식하게 될 것”이라며 “폭주하는 ‘해임 열차’를 최우선으로 멈춰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남 이사장은 “정권에 밉보인 KBS, MBC를 관영·국영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이동관 후보자가 ‘BBC 인터내셔널’과 같은 공영방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KBS는 세계 8대 공영방송이고 국민 신뢰도 1위 매체다”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사영화된 언론의 이권 카르텔을 만들겠다는 게 이 정권의 목표”라며 “(방송 장악이 끝난다면) 여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더욱 기울어져서 사회적 약자가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게 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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