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꿈 멀어지나…‘그냥 자석?’ 프린스턴대·맨체스터대 등 잇단 회의론
“강자성 특징”…전기저항 ‘0’도 안 나타나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세계 주요 연구기관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 영국 등 해외 과학자들이 LK-99의 실체에 대해 최근 잇따라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LK-99에서 나타난) ‘플랫 밴드’ 현상은 초전도가 아니라 자기 불안성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베이징대 국제양자물질센터(ICQM)에 이어서 미 프린스턴대 연구 등에서도 (그런 특징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 강자성(외부 자기장 없이 스스로 자석이 되는 성질) 물질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플랫 밴드는 특정 물질에서 전압 강하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초전도체에서 나타날 법한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LK-99 샘플에서 나타난 성질을 종합 분석해 봤더니 결국 초전도체는 아니고 일종의 ‘자석’일 뿐이라는 뜻이다.
CMTC 연구진은 전날 SNS를 통해서 “큰 슬픔과 함께, 우리는 이제 게임이 끝났다고 믿는다”며 “LK-99는 상온은 물론 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초전도체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CMTC 연구진이 추가로 자신들의 SNS에 공개한 LK-99 관련 논문에는 프린스턴대와 함께 스페인 도노스티아 국제물리센터,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화학물리연구소 등에 소속된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다만 CMTC 연구진이 추가로 SNS에 올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등에 정식 출간된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도 전날 논문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LK-99 샘플에서 자기부상이나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초전도체는 자기장을 밀어내는 성질이 있어 자석 위에 뜬다. 전기저항도 완전히 제거된다. 그런데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재현한 LK-99에선 이 두 가지 특징이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맨체스터대 연구진은 LK-99 샘플이 자석 위에서 똑바로 서는 현상을 관찰했다고는 했다. 하지만 이는 강자성을 띠는 물질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CMTC 연구진의 견해와 유사하다.
이에 앞서 인도 국립물리연구소와 중국 베이항대에서도 LK-99 샘플을 합성했지만, 초전도체로서의 뚜렷한 특징은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내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를 이달 초 구성해 현재 LK-99 샘플을 자체적으로 재현하려고 하고 있다. ‘황산납’ 등 재료 수급 기간을 감안할 때 샘플 합성은 이달 중하순쯤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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