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목 사 놔~"...미공개정보 이용 127억 편취한 은행원들

이대혁 2023. 8. 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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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업무를 대행하는 은행 직원들이 고객사의 호재를 이용해 12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 본사에서 근무하는 해당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4월 사이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 등을 활용해 본인은 물론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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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개 상장사 무상증자 규모·일정 파악 후
본인도 사고, 동료·가족·지인에게도 찍어줘
당국 "내부통제 부실 책임 엄중 물을 것"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제공

증권 업무를 대행하는 은행 직원들이 고객사의 호재를 이용해 12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최근 대형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은행권 금융범죄가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한 대형은행의 증권 대행 부서 소속 직원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이들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 본사에서 근무하는 해당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4월 사이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 등을 활용해 본인은 물론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매수했다. 주식 시장에서 무상증자는 호재로 작용해 공시 후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주식을 미리 사 놓은 것이다. 실제 무상증자 공시로 해당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자 이들은 미리 사 놓은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매매로 거둬들인 이득만도 66억 원에 이른다.

지인과 가족 등에도 미공개정보를 알려 이득을 취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은행원 중 일부는 은행 내 다른 부서 동료와 가족, 친지, 지인 등에게 이 정보를 전달, 약 61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줬다. 이들이 거둔 부당이득만 127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3~4월 해당 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 임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했다. 그 결과 고객사 내부정보 취득과 이에 대한 관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발견하고 책임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최근 BNK경남은행의 560억 원대 횡령 사고와 마찬가지로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다른 은행에서 증권 대행 업무를 맡았던 한 은행원은 “미공개정보를 접한 은행원 본인이 직접 주식을 매매했다는 것은 그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서 대규모 횡령에 이어 미공개정보 이용이라는 불법 행위가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를 활성화하고 특히 금융회사 임직원이 연루된 불공정거래 행위엔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른 증권 대행 업무를 처리하는 금융회사에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지시했다”며 “임직원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한 금융사에는 내부통제 부실 등 관련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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