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도 효과 본 '살빼는 약'…하루새 시총 80조원씩 찌웠다

이창섭 기자 2023. 8. 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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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노디스크·일라이릴리, 전날 시총 80조 이상 늘어
비만약 새로운 임상 결과 발표, 뇌졸중에도 예방 효과
'마운자로' 매출 1년새 61배↑… 분기 매출 10억달러 기록
비만약 대세 입증… "바야흐로 GLP-1 시대"

다국적 제약사 2곳의 시가총액(시총)이 하룻밤 새 80조원 이상 늘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그 주인공들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자사의 비만약이 뇌졸중·심근경색도 예방할 수 있다는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시장이 뜨겁게 반응하며 회사 주가를 17.23% 띄웠다. 일라이릴리는 기대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체중 감량 효과로 유명한 '마운자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1배나 뛰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지난 8일(현지 시각) 전날 대비 17.23% 오른 189.17달러를 기록했다. 회사 시총은 3613억달러에서 4278억달러로 늘었다. 하루 만에 665억달러, 약 87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노보노디스크 주가 급등 원인은 자사의 당뇨·비만약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새로운 임상 결과 발표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계열 약물로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 살 빼는 약으로 유명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13㎏ 다이어트 비결로 위고비를 지목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이번에 발표된 임상 시험은 비만이지만 당뇨병은 없는 45세 이상 성인 1만76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018년부터 5년간 진행된 임상 3상 시험이다. 참여자에게 위고비 또는 플라시보(위약)를 먹인 뒤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생 빈도를 추적·관찰했다.

시험 결과, 위고비를 복용한 그룹이 위약을 먹은 환자군보다 심혈관 질환에 20% 덜 걸렸다. 다이어트약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놀라운 내용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말 세부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당뇨와 비만을 넘어 심혈관 질환 예방으로 새로운 적응증 확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시장은 노보노디스크 주가와 시총을 끌어올리며 뜨겁게 반응했다. 특히 GLP-1 계열 약물의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이 열렸다는 게 이번 임상 시험의 가장 큰 의미다.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다이어트 약물은 현재 미국에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체중 감량이 아니라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라면 건강보험에 진입할 명분이 있다.

이지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임상 결과는 전체 비만 신약 시장 성장에 중요한 데이터이다"며 "심혈관 질환에 대한 효용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비만 신약의 보험 적용 주장이 충분한 설득력을 얻었다. 광범위한 보험이 적용된다면 비만 치료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일라이릴리도 직접 개발한 비만·당뇨 치료제 덕분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날 일라이릴리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자사 제품인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의 폭발적인 인기가 실적을 견인했다.

일라이릴리의 2분기 매출은 83억12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64억8800만원) 대비 28% 증가했다. 주요 제품 중에서 마운자로가 9억797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인 1600만달러에서 무려 61배나 증가했다. 마운자로는 출시 1년 만에 분기 매출 10억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매출 10억달러 이상부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정의하는 걸 고려하면 대단한 성장세다.

실적이 공개되자 일라이릴리 주가가 18% 오르면서 장중 한때 회사 시총이 100조원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이후 조정을 받아 회사 주가는 전날 대비 14.87% 오른 521.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회사 시총은 4310억달러에서 641억달러(약 84조4000억원)가 늘어나 4951억달러를 기록했다.

마운자로 역시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약물이다. 아직은 당뇨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지만 곧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을 예정이다. 마운자로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아 국내에도 도입됐다.

글로벌 제약사 2곳의 약진을 두고 업계에서는 "바야흐로 GLP-1 계열 신약의 시대가 왔다"고 평가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만 치료제가 단순 미용 목적 이외에도 비만으로 파생되는 많은 질병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GLP-1 비만 치료제의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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