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운동, 얼마나 걸어야 효과가 좋을까?
시간이 없거나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걷기 운동을 피하던 이들의 등을 떠밀 수 있게 됐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2400보, 15~20분 정도만 걸어도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감소하는 등 걷기 운동의 건강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걷기’는 온몸의 근육 전체를 사용하는 전신운동으로, 건강상의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 효과가 짧은 시간부터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됐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팀이 9일(현지시간) ‘유럽 예방심장학 저널’에 하루 2337보 이상 걸으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하루 3967보 이상 걸으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측은 “최대 2만보까지는 하루 걸음 수가 500~1000보 증가할 때마다 사망위험 감소효과가 점진적으로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2만보 이상일 때도 건강상의 이점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신체활동이 사망위험을 높인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신체활동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어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고소득 국가일수록 위험성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부족한 신체활동을 질환에 따른 장애와 사망의 10대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그러나 신체활동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운동법으로 ‘걷기’가 추천되지만, 얼마나 걸어야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총 22만6889명을 대상으로 전세계에서 진행된 17건의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연령은 64세로 전체의 49%가 여성이었고 추적‧관찰 기간은 평균 7.1년이었다. 메타분석은 특정 연구주제에 대해 이뤄진 여러 연구결과를 하나로 통합해 통계적으로 재분석하는 연구방법이다.
그 결과 하루 2337보 이상 걷기 운동을 했을 때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감소하고, 3967보부터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감소하는 등 건강상의 이점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게 입증됐다.
특히 하루 걸음수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걸음 수가 가장 적은 4분위(중앙값 3967보)와 비교할 때 1분위(중앙값 5537보)‧2분위(중앙값 7370보)‧3분위(중앙값 1만1529보)의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위험이 각각 48%‧55%‧6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혈관질환 사망위험도 4분위(중앙값 2337보)와 비교할 때 1분위(중앙값 3982보)‧2분위(중앙값 6661보)‧3분위(중앙값 1만413보)가 각각 16%‧49%‧7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걷기의 사망위험 감소효과는 60세 이상보다 60세 미만에서 더 높았다. 구체적으로 60세 이상 노년층은 하루 6000~1만보 걸을 때 사망위험이 42% 낮아졌고, 60세 미만은 하루 7000~1만3000보를 걸을 때 사망위험이 49% 줄었다.
연구의 주저자인 마치예 바나흐(Maciej Banach)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부교수는 “걷기운동을 통한 건강효과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은 걸음수부터 나타나고 많이 걸을수록 더 좋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이는 성별과 연령, 거주지역의 기후 등에 상관 없이 모두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첨단 의약품이 점점 더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는 식습관과 운동을 포함한 생활습관 변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관찰연구로서 ▲걸음수 증가와 사망위험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여줄뿐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점 ▲다른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포함되지 않은 점 ▲인종·사회경제적 지위 등이 고려되지 않은 점 등에서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 걷기 운동의 건강효과가 마라톤·철인 3종 경기 같은 고강도 운동과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인구 집단,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지 알아보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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