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어 바이오까지···엔비디아, 韓서 영향력 '무한확장'
엔비디아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있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휘어잡으면서 각 사의 매출과 시장 입지에 영향을 주는 ‘큰손’으로 떠올랐다.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에서 각광받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이들의 구매 전략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활용 여부가 시장을 들썩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뿐 아니라 바이오 업계까지 손을 뻗치는 모습도 눈에 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5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세계 IT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71억 9000만 달러(약 9조 3865억 원)였지만 순이익은 27%나 증가한 20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요 부진 현상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폭증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약진 배경에는 생성형AI 붐이 있다. AI는 풍부한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하고 처리해야 효율이 올라간다. 소수의 코어로 고급 연산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에 비해 ‘병렬형’으로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연산하는 GPU가 제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당시 “2분기 매출은 1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엔비디아의 성장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모습도 바꿔놓았다. IT 업계에서 미국 애플에 견줄 만한 힘을 갖게 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구축한 GPU 생태계와 더 밀도 있는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 5월 황 CEO를 미국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이후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등 고위 경영진이 연쇄적으로 엔비디아 고위 실무진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3나노, 2.5D 패키징 등 고급 파운드리 공정으로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8㎚(나노미터·10억 분의 1m) GPU를 생산한 이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한다. GPU 옆에서 빠르게 AI용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전달하는 HBM 영역에서 엔비디아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면서 이 회사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 잡았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HBM, 그래픽 D램 매출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에 힘입어 회사 전체 실적의 20% 차지할 정도다.
국내 메모리 양대 기업 외에도 엔비디아의 공급망을 뚫은 업체로 소문이 난 회사들은 단번에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산은 엔비디아 최첨단 GPU에 쓰이는 기판용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한다. 이 소식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당일 두산의 주가도 상한가를 쳤다. 이수페타시스 역시 엔비디아에 GPU용 기판을 공급하는 회사로 알려지면서 올해 7월 14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영향력은 전자·IT 시장 외에도 바이오 분야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신약 개발과 질병 치료 연구에 도움을 줄수 있는 ‘바이오니모’라는 생성형AI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엔비디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인셉션’에 참여해 바이오니모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선다. 엔비디아는 이미 미국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리커전에 5000만 달러(약 660억 원)를 투자하는 등 바이오 시장 진입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엔비디아가 구축한 공급망은 한국보다 대만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와 기술·생산 협력이 워낙 공고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엔비디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TSMC의 선단 GPU 전공정 생산능력과 패키징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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