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융합 수업, 교육 혁신 방법론으로 부각 [송전헌의 교육 허들 넘기]
[스포츠서울 | 송전헌 기자] 스포츠 가치 확대로 한국 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쟁 속에서도 공정을 강조하고 존중과 배려, 규칙 준수의 스포츠 가치를 교육에 스며들게 해 K-에듀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여름방학 기간인 지난달 24일부터 2주간 ‘저마다의 꿈을 펼쳐가는 2023 이음 학기’를 열고 체육의 가치를 기존 교과와 융합한 혁신 수업으로 선보였다. 체육+수학 융합 수업인 ‘패드민턴 수식 로드’를 통해 그 의미를 짚어본다.
“아홉! 열! 열 하나! 열 둘! 열 셋!~ 아!”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장승중학교 체육관에서는 때 아닌 숫자 세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이예지(영등포중1) 양의 패드민턴 셔틀콕 스스로 치기가 8개를 넘어가자 주위에 있던 박재전 교사(삼성고· 체육)를 비롯해 같은 조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아~”하는 아쉬운 탄성과 함께 구호는 끝났지만, 이 양은 응원에 힘입어 참가 학생 가운데 가장 많은 13개를 쳤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참관하는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끈 ‘패드민턴 수식 로드’ 수업광경이다. 패드민턴이란 탁구와 배드민턴을 접목한 뉴 스포츠로 탁구에서 사용하는 라켓과 비슷한 도구를 사용해 배드민턴의 셔틀콕을 주고받는 운동이다.
◇어려운 수학, 체육으로 쉽게 익혀
이 수업의 목표는 수학의 기본 개념인 더하기와 빼기를 패드민턴을 통해 얻은 숫자 카드와 연산 카드를 활용해 이해하는 것. 수업은 교실에서 수학 개념을 익히는 1교시와 패드민턴을 통해 연산을 활용하는 2교시로 구성됐다. 2교시 수업에서는 숫자 23을 최대한 카드를 많이 사용해 구성하라는 과제가 제시됐다. 카드는 4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한 팀이 1:1 셔틀콕 주고받기, 셔틀콕 스스로 치기, 훌라후프 안에 셔틀콕 넣기로 얻었다. 작전을 잘 세우고 팀원 간 단합이 잘되는 팀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깨우쳐주기 위해 채택된 방식이다.
‘패드민턴 수식 로드’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2주간 진행된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의 ‘저마다의 꿈을 펼쳐가는 2023 이음 학기’ 수업의 14개 과목 중 하나였다. 학기와 학기 중간에 방학을 통해 진행되는 이음 학기 수업에는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내 중학교 1학년 학생 39명이 참가했고 관내 23명의 중고교 교사가 강사로 나섰다. 수업은 체육+영어, 체육+수학, 수학+미술, 수학+음악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한강에서 생존 수영과 수상 안전 체험교육을 했고, 그림 검사(PITR) 심리 상담도 받았다.
‘패드민턴 수식 로드’ 수업의 효과는 고가연(난우중) 학생의 “수학과 체육수업을 같이 하니 재밌었고 친구들과 협력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라는 말에 들어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수학 개념을 배우는 시간에서도 열심이었다. 패드민턴 수업에서는 점수를 얻기 위해 함께 작전을 짰고 연산을 만들기 위해 소통과 협업을 했다.
◇이음 학기, 학생과 교사 변화 이끌어
‘꿈을 펼쳐가는 2023 이음 학기’ 수업은 학생과 교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학생들은 어려워하는 수학을 체육과 융합한 수업을 받은 후 “수학이 재밌고, 더 공부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딱딱한 수학 개념을 체육수업의 협업과 경쟁 활동을 통해 이해하는 방법이 통한 것. 문제 풀이 위주인 수학 교육은 수포자(수학 포기 학생)를 양산하고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개선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패드민턴 수식 로드’ 같은 융합 수업이 ‘재미있는 수학’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학 사교육비 지출은 해마다 늘고 있어 교육부의 2022년 사교육비 조사에서도 초중고 학생들은 1인당 11만 6000원을 수학 사교육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체육 융합 수업은 한국 교육의 목표인 전(全)인격을 기르는데 필수 요소인 논리력을 키워 수학 교육의 정상화에 이바지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는 “수학은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말하지만, 한국 수학 교육은 줄 세우기용 킬러문항의 산실로 악명이 높다. 장승중에서 선보인 융합 수업은 수학 교육에서도 학력과 인성을 같이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교사의 동기 유발도 주목할 부분이다.
수업을 참관한 안상원 상암중 수석교사는 “선생님들이 고민한 만큼 아이들은 자기 안의 것들을 보여준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학생들만이 가진 것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교사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패드민턴 수식 로드’는 교사들의 노력 끝에 나왔다. 5개월 동안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의 수채화 지원단 23명의 교사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수채화란 수학과 예체능으로 학력을 채우는 화려한 만남이라는 의미를 가진 약자로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이 만든 융합 교육 정책이다.
오정훈 교육장은 수채화의 배경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미래 역량은 교과 지식 외에 사회‧정서적 소양과 신체적 역량이 함께 길러져야 한다”라면서 “이 역량들이 다양한 융합적 학습경험과 실천을 통해 몸에 배야 AI와 공존할 수 있고 자신만의 색깔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드민턴 수식 로드’ 수업은 이빛나(난우중, 수학), 박건희(난우중, 체육), 김수연(서연중, 수학), 최준혁(당곡고, 체육), 박재전 (삼성고, 체육) 교사 등 5명의 합작품으로 14개 수업 가운데 가장 많은 교사가 투입됐다. 2차례의 수업을 위해 중고교 교사들이 힘을 합친 것도 이례적이다. 교사들이 체육+수학 융합 수업에 공을 들인 것은 “아이들이 체육 활동을 통해 수학을 공부했는지 안 했는지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수업을 통해 한계와 희망을 봤다고 했다. 이빛나 교사는 융합 수업이 학교에서 활발히 이뤄지려면 “교사의 의지와 협력의 문화를 바탕으로 교과 분절적 수업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사의 생각을 뛰어넘는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은 교사들에게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에너지를 줬다”고 강조했다.
이연정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장은 “이음 학기가 기초학력을 올리고 학습 방법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교육청과 교사들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관내 학교에 전파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체육, 학교폭력 줄이는 데 이바지
‘패드민턴 수식 로드’를 포함한 이음 학기의 융합 수업은 체육 가치의 극대화가 한국 교육의 정상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체육이 학교 폭력을 줄이는 유력한 방법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체육을 활용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교수의 ‘운동화 신은 뇌’가 십수 년 전 불러일으킨 ‘0교시 체육’ 열풍을 학교폭력을 잡기 위해서라도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이티 교수는 2012년 한국의 강연에서 ‘0교시 체육’을 통해 학교폭력, 마약을 일삼던 학생들의 비행이 대폭 감소한 미국과 캐나다의 고교 사례를 들면서 “운동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회의 규칙을 익히고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지난 4월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의 대담에서도 “운동하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호르몬들이 나와 학교폭력도 줄인다”라면서 “꼭 운동이 아니어도 K팝 같은 신체활동을 6~7명씩 그룹을 지어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체육 중심 융합 교육, K-에듀 밑거름
체육 융합 수업의 확산은 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IB), 생태 전환교육 등 한국 교육의 틀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체육 융합 수업, IB, 생태 전환교육의 공통점은 융합을 바탕으로 창의성, 융합적 사고, 인성을 길러주는 데 있다.
IB는 교육과정과 평가가 일치하는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160여 개국, 6200여개의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제 공인 교육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대구와 제주에서 활발하며 서울, 경기, 부산, 전남에서도 진학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생태 전환교육은 인류와 지구와의 공존, 한국이 직면한 저출산, 지역소멸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적 패러다임으로 기존의 환경교육보다 광범위하며 실천을 중시한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생태 전환교육을 K-에듀의 바탕이자 한국의 교육혁명을 이끌 ‘교육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다.
체육 융합 수업, IB, 생태 전환교육 속에 들어있는 교육적 가치가 한국 교육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교육혁신이다.
jun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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