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식 폭거' '암흑의 구렁텅이' '일베 놀이터' 거친 비판 나오게 만든 이 인물
9일 전체회의서 임정환 전 방문진 이사 후임으로 차기환 변호사 임명
"임정환 이사 사퇴 이틀 만에 폭거" "윤석열 정권과 방통위 이성 찾아라"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가 9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방문진) 보궐이사에 차기환 변호사를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그러자 이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호찬)가 “임정환 이사가 사퇴한지 불과 이틀 만에 법과 절차, 상식과 전례를 모두 짓밟은 막가파식 폭거다. 더욱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문진 이사를 두 번씩이나 연임하면서 공영방송 파괴의 주범이었던 차기환을 임명한 것은, MBC를 또 다시 암흑의 구렁텅이를 빠뜨리고 망가뜨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추천 몫의 임정환 방문진 이사는 지난 7일 돌연 자진 사퇴했다. 이후 방통위는 이틀 만에 차기환 변호사를 보궐이사로 임명하기로 한 것. 차기환 변호사는 이미 2009년 8월부터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8기~9기) 지냈고, KBS 이사도 한 차례 지낸 적이 있다.
그는 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에 있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을 비방하는 글을 퍼 나르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 침투설을 유포했다. 특히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을 맡으며 특조위 활동을 '세금 도둑' '정치집단' 등으로 표현하며 노골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2017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특조위 무력화에 앞장선 13인을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당시 직권남용의 공동정범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람 중 한 명이다. MBC본부가 <방문진을 또다시 일베들의 놀이터로 만들 셈인가>라는 제목으로 차기환 변호사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낸 이유다.
MBC본부는 “당시 한나라당 추천으로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방문진 이사를 연임하고, 곧 바로 KBS 이사 자리까지, 유례없는 '공영방송 이사 3연임'을 누렸던 대표적인 극우 편향 인사다. 철저히 정권의 하수인으로 방문진을 정치적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MBC의 암흑기를 주도했던 장본인”이라며 “김재철 사장의 전횡을 전폭 지원하면서, MBC의 경영은 물론 편성과 보도, 제작 등에 끊임없이 관여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철저히 파괴했다. 언론의 자유와 공정방송을 외치는 MBC 구성원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동조하고, 전례 없는 170일 파업을 야기했다. 차기환은 고영주, 김광동 등과 함께 MBC 구성원에게 다시는 듣고 싶지도,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MBC본부는 “이런 문제 인사를 방통위가 마치 007 작전하듯 임명한 것은 절차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방통위는 지난 7일 임정환 이사가 사퇴하자, 당일 오후 5시 넘어 보궐이사 임명 의결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했다. 이는 48시간 전에 회의 일시, 안건 등을 통보해야 한다는 방통위법과 운영 규칙을 스스로 짓밟은 것이다. 특히 통상적으로 이뤄진 후보 공모와 심사, 검증 절차도 모두 없앤 것은, 현재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십분 활용해 방송 장악을 마무리하겠다는 음모 외에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김효재 직무대행과 김현 방통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3일 전에, 온갖 무리수를 둬서라도 공영방송 이사진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동관 손을 더럽히지 않고, 방송 장악이 수월하도록 꽃길만 깔아주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방문진 이사는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공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더불어 방문진법에는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게 방문진 설립 목적으로 규정돼 있다. 과거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로서 이력, 극우 편향적 행보 등을 고려하면, 차기환은 방문진 이사가 절대 되어서는 안 될 인사의 표본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MB정부 당시 이동관과 호흡을 맞춰 공영방송 장악에 앞장섰던 차기환을 방문진 이사로 내리꽂은 것은, 과거 MBC 장악을 그대로 반복하겠다는, 아니 더 철저히 무너뜨리겠다는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며 “윤석열 정권과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광기(狂氣)를 내려놓고 이성을 찾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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