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정기예금···안전 선호 심리에 은행 찾나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지난 1분기 은행을 떠났던 자금이 다시 은행 정기예금으로 돌아오고 있다. 은행권에선 새마을금고 위기설을 계기로 2금융권 자금이 이동했거나, 대기성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해 830조원을 돌파했다. ‘역 머니무브(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넘어섰다.
전체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도 지난 5월부터 증가 추세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가계를 중심으로 12조3000억원 늘어, 총 95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감소하는 추세였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685조959억원에서 같은 해 11월 827조2986억원으로 5개월 사이 142조2027억원 폭증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에 이르자 시중 자금이 급격히 몰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예금 금리가 떨어지자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3월 805조2884조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다 4월 증가 전환해 7월 말 832조9812억원까지 불었다. 정기예금 금리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보다 잔액이 5조6826억원 더 많다.
정기예금으로 다시 돈이 들어오는 원인을 금리에서 찾기는 어렵다. 일부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최근 연 4%대 상품을 다시 내놓긴 했다. 하지만 예금 잔액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몇 달째 3.5~3.7% 수준에서 소폭 오를내릴 뿐이다.
은행권은 새마을금고 위기설 등을 계기로 2금융권의 자금 일부가 은행권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금융소비자들이 2금융권의 비교적 높은 금리보다, 은행의 안전성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고금리 부담을 느낀 차주(대출받은 사람)가 대출을 상환했고, 여유자금이 생기자 이 돈을 저축했다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빚 갚을 일이 없어지면서 현금 보유량이 늘자, 이 돈을 정기예금에 넣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18조9763억원에서 지난 7월 말 108조6828억원으로 10조원 이상 줄었다.
부동산·증시 등에 투자하기 위한 대기성 자금을 정기예금에 맡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기예금 만기는 1개월부터 정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일부만 인출해 쓸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식 통장) 금리가 연 2%대로 내린 상황이라, 대기성 자금이라도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게 금리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있어도 대출을 상환하기보다 현금은 현금대로 보유하면서 투자 기회를 기다리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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