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현수막 무법사태'에…여야, 8월 선거법 합의 처리할까
여 "10명 이상 금지" vs 야 "30인 이상"
8월 합의 처리 후 공포 즉시 시행 부칙 추진
[서울=뉴시스] 이지율 하지현 기자 = 국회가 공직선거법 개정 시한을 넘기면서 8월부터 누구나 언제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이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현수막 무법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여야는 선거법 개정 지연에 따른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책임 전가에 급급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1년의 시간을 허송세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는 8월 임시회를 열고 선거법 등 시급한 법안을 처리하겠단 방침이지만 여야 논의는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는 선거 현수막 설치를 제한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모임 인원을 두고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거기간 중 모임 허용 인원을 30명에서 10명으로 줄이자는 안을 제안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개특위 원안 통과를 고수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허용하는 기타 성격의 모임이나 집회를 30명으로 규정하는 건 인원이 너무 많으니까 줄이자는 취지"라며 "10명으로 줄이자고 얘기했지만 민주당에서는 너무 적다고 30명을 고수하면서 합의점이 못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 강서구청장 선거도 있으니 논란이 있는 조항은 두고 먼저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라며 "16일 8월 임시회가 열리고 본회의 날짜가 잡힐 때 쯤 논의가 시작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8월 내 합의 처리 후 '공포 즉시 시행' 부칙을 추가하면 오는 10월 열리는 보궐선거에서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부대 조건은 달기 나름"이라며 "공포 후 즉시 시행한다고 부칙을 달면 개정안 통과 후 국무회의에서 의결 후 바로 시행된다. (선거 혼란을 막을) 장치가 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민주당 법사위원은 "정개특위 합의를 그대로 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는데 산회를 선포해놓고 이제와서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렇게 안 하겠다고 사과하고 협의를 하자고 하는 게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지도부는 8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본회의 날짜가 확정된 후에나 본격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정개특위에서도 이견이 있었는데 일단 넘겨서 법사위에서 처리하자고 올려보냈으니 협의가 쉽게 되겠느냐"며 "여야 지도부는 사실상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어서 여름 휴가 기간 지나고 임시회가 열려야 논의에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정치 현수막과 벽보 등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집회와 모임을 광범위하게 제한해 정치적 표현 및 선거 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에서다.
헌재는 1년의 시간을 주며 국회에 법 개정을 주문했지만 결국 입법 공백 상태를 맞게 됐다. 여야가 실효 기한에 임박해 합의를 시도하다 후속 입법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인쇄물, 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 기간을 현행 선거일 전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헌재가 입법 시한으로 정한 7월에 맞춰 가까스로 위원장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일반유권자도 어깨띠 등 소품을 활용해 선거운동을 가능케 하는 등 선거운동에 대한 제약을 완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에 막히면서 보류됐고 입법 시한 전 법 개정은 무산됐다.
법사위원들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 중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및 참가 인원이 30명을 초과하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를 한정적으로 금지케 하는 규정(103조3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 재량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야당은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맞섰다.
결국 개정 시한인 7월31일을 넘기면서 선거법 관련 조항 효력은 사라졌다. 당장 2개월 앞으로 다가온 '10·11 보궐선거'에서부터 각종 선거 현수막이 난립하는 등 현장 혼란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비판을 의식한 여야는 조속한 법안 처리를 강조하면서도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산회했다며 여당의 입법 공백 책임을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야당도 개정안의 문제점에 공감했다며 사실 왜곡 행위를 중단하라고 맞받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여야 모두 1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해놓고 벼락치기가 안 통하니 정쟁을 위한 비판만 이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l2@newsis.com, judy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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