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규 원전 추진 앞두고 전력정책 심의위원 ‘친 원전’ 인사로 교체

박상영 기자 2023. 8. 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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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측 인사는 대부분 제외
정부정책 우호적 의원 과반수 훌쩍
한빛원전본부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국가 전력정책을 결정하는 ‘전력정책심의회’의 민간위원들이 대거 ‘친원전 인사’로 교체된 사실이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서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먼저 바꿔야 하기 때문에 앞서 민간 심의위원부터 물갈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경향신문이 9일 확인할 결과, 전체 25명의 전력정책심의회 민간위원 중 11명이 올해 5월 바뀌었으며, 특히 친원전 성향 인사들이 대폭 늘었다.

전력정책심의회는 향후 15년간 전력 설비 확충 계획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심의하는 민·관 회의체로, 25명의 민간위원과 4명의 정부위원으로 구성됐다.

새롭게 꾸려진 심의회에는 노동석 원전소통지원센터장과 허균영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임채영 원자력연구원 본부장 등 원전 측 인사가 새로 포함됐다.

이들은 공공기관이나 정부 주도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3월 문을 연 원전소통지원센터는 원전 정책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신설된 조직이다. 허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기술검토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정부 출연기관이다.

유임이 결정된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와 황용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까지 합하면, 원전 측 인사는 총 5명으로 민간위원 중 20%를 차지한다. 직전 전력정책심의회에서 친원전 인사가 총 3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명이 늘어났다.

반면, 재생에너지 측 인사는 대부분 제외됐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해왔던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과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이번 심의회에서 빠졌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대표들까지 제외된 대신, 전력 관련 대기업 관계자가 새로 합류했다.

이번 전력정책심의회에서 재생에너지 분야 학자와 환경 시민단체 인사로는 김범석 제주대 대학원 풍력공학부 교수와 이정수 녹색미래 공동대표 등 2명에 그쳤다.

정부 측 인사 4명과 유관기관 3명, 대한상공회의소와 LS일렉트릭 등 경제계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심의위원은 과반수를 훌쩍 넘기게 된다. 전력 전문가가 6명으로 가장 많지만 중립적인 성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 가능성도 작다.

이번 민간위원 교체는 신규 원전 추진을 위해 우호적인 인사를 대거 포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내년 예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착수 시점을 올해로 앞당겼다. 정부는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산업에서 전력 수요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추가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며 서두르고 있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력정책심의회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해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원전 측 인사가 많아질수록 신규 원전 건설이 힘을 받는 구조다.

전력정책심의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원전에 우호적인 인사가 많아질수록 신규 원전 추진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무리하게 앞당겨 추진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형식적으로 심의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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