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유가려씨 폭행·협박 의혹…1심서 국정원 간부 무죄

국정원 직원 간첩조작 가담 혐의 기소…법원 "진술 신빙성 없어"
유우성 측 "판사가 역사 앞에 오판…항소심에서 진실 밝혀져야"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를 폭행하며 거짓 진술을 강요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국정원) 간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9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 유모씨(51)와 박모씨(55)에 나란히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유가려씨를 폭행, 협박해 불리한 진술 또는 허위 진술하게 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 소속이던 박씨와 유씨는 2012년 11월 유가려씨를 조사하면서 반복적으로 폭행하고 위협해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2020년 기소됐다.

이들은 또 2013년 유우성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가려씨에게 폭행 또는 가혹 행위를 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사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해 위증한 혐의도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화교 출신 탈북민 유가려씨는 이들의 협박에 오빠 유우성씨가 15회에 걸쳐 밀입북해 북한 보위부 관계자를 만나는 등 간첩행위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핵심 증거인 유가려씨의 진술이 수차례에 걸쳐 번복되고, 주요 증인들의 증언도 배경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씨 지인) 라모씨 진술에 따르면 합신센터에서 유가려씨를 만났을 당시 폭행을 당했다거나 끌려왔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사실과 같이 나쁜X이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씨는 사건 당시 유가려씨를 만나 폭행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면서도 "사건 10년 뒤 이뤄진 이 진술은 유씨의 법정 증언 이후 이뤄졌는데 둘의 관계를 고려하면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가려씨가 앞서 60대 조사관이 배석한 가운데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가 이를 번복한 사실을 두고도 "수긍할만한 설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가려씨의 진술은 동일한 상황에 대한 라씨의 진술과 배치되고 일관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을 뒷바침하는 거의 유일한 증거임에도 신빙성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유씨 측은 판결 직후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유우성씨는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나 "법정에서 가혹행위 진술을 들었던 판사는 떠났고, 판사는 최후변론만 듣고 선고했다"며 "판사님이 역사 앞에 오판을 했다"고 소리 높였다.

유씨 측 양승봉 변호사는 "유가려씨가 합신센터에서 겪었던 고통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실체 파악에 관심이 없고 미시적 차이점만 부각해 무죄를 선고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한 것인지, 정의로운 것인지 심각한 의문이 드는데 항소심에서는 꼭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씨는 2013년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겨준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로 기소됐으나 이후 국정원의 증거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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