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잼버리 K팝 콘서트, 태풍 심하면 취소” 촌극 책임자 행안부 장관 궤변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태풍 심각하면 잼버리 K팝 콘서트 취소도 고려하겠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의 말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잼버리 비상대피 현황 브리핑을 열고 취재진과 질의응답했다. 11일에 예정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 개최 여부가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이상민 장관은 “K팝 콘서트는 잼버리에 참석한 대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새만금 야영지 안에서 하려고 했다. 날씨 문제(태풍)와 의료진의 권고사항을 듣고 날짜를 연기했다. 가장 가깝고 안전한 장소인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잼버리 대원들이 서울로 많이 이동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해서 다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팝 콘서트 공연장 변경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소연하며 “경기장 잔디 훼손 가능성은 있다. 훼손이 전혀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문화체육부에서 여러 협의를 거쳐 장소를 변경한 것으로 안다”고 말을 이어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K팝 콘서트 취소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장관은 “K팝 콘서트는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그램이다. 그날 날씨가 중요하다. 기상청장 보고에 따르면 그날 오전에 태풍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퇴영식 마치고 K팝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퇴영식 이전에 태풍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비가 오더라도 아주 약한 비가 올 것이다. 기상청장 말로는 태풍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한다. 예정대로 K팝 콘서트 진행한다. 콘서트 시간대가 문제가 아니라, 음향·무대 장치가 콘서트 전에 태풍 피해를 입을까 봐 걱정이다. 안전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 아직은 예측일 뿐”이라면서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만약 태풍 영향이 심각하다면 콘서트 취소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체부는 잼버리 K팝 콘서트 개최지를 두 번이나 변경했다. 이 때문에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각각 홈구장으로 쓰는 K리그 구단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피해를 입었다. 전북은 9일에 이곳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FA컵 4강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K팝 콘서트 개최지 변경 탓에 경기 일정을 연기했다. 상대팀 인천도 전주 숙소에서 짐을 빼 인천으로 돌아갔다.
FC서울도 불똥을 맞았다. 대규모 공연인 K팝 콘서트를 개최할 경우 잔디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약 10억 원을 들여 잔디 공사를 실시하고, 축구대표팀 A매치·해외팀 방한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른 곳을 홈구장으로 쓰지만, 문체부와 대한축구협회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라 안방 잔디가 훼손되는 걸 눈 뜨고 지켜봐야만 한다.
문체부가 K리그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행사인 세계잼버리는 열었고, 문제는 이곳저곳에서 터졌다. 말이 많이 나오자 K팝 콘서트는 성대하고 치르고 싶은 모양이다. 가까이 있던 전주성을 일방적으로 빼앗아 가더니 태풍이 올라온다는 이유로 상암까지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K리그 구단과 양방향 소통은 없었다. 문체부와 대한축구협회는 K리그 구단에 공문만 보냈을 뿐이다. 축구협회는 8일 “경기 참관을 계획했던 축구팬, 경기를 준비하는 양 구단 등 모두가 차질을 빚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어리숙한 해명문만 냈다. 잼버리 촌극에 축구계가 큰 상처를 입었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마이데일리·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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