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층 낸드 300단 시대, 무엇을 의미하나

이나리 기자 2023. 8. 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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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321단 샘플 공개…삼성, 2030년 1천단 목표 "단수가 전부 아냐"

(지디넷코리아=이나리 기자)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적층인 321단 낸드 샘플을 8일(미국 현지시간) 전격 공개하면서 메모리 시장에서 낸드 적층 경쟁이 다시 불 붙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000단 낸드 개발을 목표로 하면서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낸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그동안 낸드는 미세한 공정으로 한 반도체 안에 저장공간(셀)을 최대한 많이 밀어 넣는 방식으로 개발돼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서로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셀들 사이에 간섭현상이 벌어지면서 한계를 맞닥뜨렸다.

SK하이닉스가 ‘FMS 2023’에서 공개한 세계 최고층 321단 4D 낸드 개발 샘플

이에 삼성전자는 2013년 낸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뒤, 평면 단의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뚫어 각 층을 연결하는 23단 'V낸드'를 처음 개발하면서 적층 경쟁이 시작됐다.

낸드의 적층 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어서 장점이다. 하지만 단순히 적층 수만으로 품질을 평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최근 메모리 업계는 마케팅 측면에서 낸드 적층을 앞세워 기술력을 알리고 있는 추세다.

이는 낸드 시장에서 100단까지 삼성전자가 최초 자리를 도맡아 오다, 2019년 SK하이닉스가 먼저 128단 시제품을 발표하고, 2020년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를 처음으로 출시하면서 3사의 적층 수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으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가파르게 늘면서 낸드 적층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 SK하이닉스, 세계 최고층 321단 낸드 샘플 공개…내년 상반기 양산

낸드 적층 기준으로만 본다면 현재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층인 238단 4D 낸드를 지난해 8월 첫 공개했고, 올해 6월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36단 낸드 8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마이크론은 지난해 7월 232단 낸드 출하를 시작했다. 또 후발주자인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도 232단 낸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8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개막한 '플래시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321단 1Tb(테라비트) TLC 4D 낸드 샘플을 공개하며 1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321단 1Tb 낸드는 이전 세대인 238단 512Gb(기가비트) 대비 생산성이 59%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의 완성도를 높여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 삼성 "단수 보다 기술 중요"…2030년 1000단 낸드 개발 목표

삼성전자도 최고층 낸드를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플래시메모리 서밋’ 행사서 올해 말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8세대 V낸드(사진=삼성전자)

단, 삼성전자는 낸드를 단순히 높게 쌓아 올리는 것만이 기술력의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낸드 초격차 기술력이 뒤처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평가에 대한 반론이다.

낸드 적층 기술은 가장 아래에 있는 셀과 맨 위층에 있는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싱글 스택’과 묶음 두 개를 하나로 합친 ‘더블 스택’으로 나뉘며, 싱글 스택 기술이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더 우수하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72단부터 '더블 스택'을 활용해 적층을 쌓았지만 삼성전자는 '싱글 스택'을 사용하다 176단 7세대 V낸드부터 '더블 스택'으로 전환했다. 그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36단 8세대 V낸드부터 안정화된 '더블 스택' 기술을 선보였다. 

지난해 송재혁 삼성전자 플래시 개발실장(부사장)은 뉴스룸을 통해 "삼성전자는 한 번에 100단 이상을 쌓고 10억개가 넘는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싱글스택 에칭' 기술력을 가진 유일한 기업"이라며 "향후 높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초고단으로 갈 수 있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즉, 삼성전자가 더 높은 단수로 '싱글 스택'으로 쌓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안정화된 '더블 스택'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또 지난 3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기술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이종명 부사장은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 2023'에서 기자들을 만나 "낸드에서 단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결국은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을 언제 내놓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narilee@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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