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역사 NEA의 투자철학 "창업자는 탐험가, NEA는 셰르파···스타트업 270곳 NYSE 상장시켜"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2023. 8. 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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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역사 동안 NEA가 발굴하고 투자한 스타트업 중 270곳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오프닝벨을 울렸다.

역사와 업적이 나란히 가는 NEA의 성공 이유로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클라우드플레어'의 최고경영자(CEO)인 매슈 프린스는 'NEA는 커다란 도전을 무릅쓰고 창업자들이 대담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한다'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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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특별 인터뷰] <4·끝> 스콧 샌델 NEA 최고경영자
투자 후 다른기업에 인수 450여건
"창업자 목표 달성에 지원 안 아껴"
유튜브·넷플 베팅 코앞에서 놓쳐
"특별한 사업 확신땐 원칙 깨봐야"
[서울경제]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스콧 샌델 NEA CEO가 미국 실리콘밸리 샌드힐로드에 있는 본사에서 VC들의 역할을 히말라야를 오르는 탐험가를 돕는 셰르파(등반 안내인)에 빗대며 웃음 짓고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40년 역사 동안 NEA가 발굴하고 투자한 스타트업 중 270곳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오프닝벨을 울렸다. 화상회의 솔루션 웹엑스나 클라우드서비스 타블로처럼 다른 기업에 인수된 사례도 450건에 달한다. 역사와 업적이 나란히 가는 NEA의 성공 이유로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클라우드플레어'의 최고경영자(CEO)인 매슈 프린스는 ‘NEA는 커다란 도전을 무릅쓰고 창업자들이 대담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날 샌드힐로드 본사 출입문 옆 복도에서는 별다른 장식품 없이 빨강·노랑·초록·파랑 등의 색이 무한하게 반복되는 사진이 눈에 띄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던 스콧 샌델 NEA CEO는 기자가 동양적인 느낌의 2m 정도 되는 사진에 시선을 돌리자 이 사진의 의미를 대답하기 전에는 이 건물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농담을 던졌다. ‘인피니트 비트윈스(Infinite Beteweens)’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네팔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앞의 ‘소원 깃발’을 찍은 것이다. 히말라야 등정을 앞둔 이들이 무사히 귀환하게 해달라는 염원을 담은 것으로 창업 여정에 나서는 창업자들을 빗댔다. 샌델 CEO는 “수많은 창업자들이 탐험가의 마음으로 에베레스트에 오를 때 우리도 역할이 있다”며 자신의 역할을 이름 없는 셰르파(등반 안내인)라고 힘줘 말하며 미소 지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스콧 샌델 NEA CEO가 미국 실리콘밸리 샌드힐로드에 있는 본사에 사진 속 ‘네팔의 ‘소원 깃발’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면서 VC들의 역할을 히말라야를 오르는 탐험가를 돕는 셰르파(등반 안내인)에 빗대고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27년간 셰르파로 나섰던 그에게 잊지 못할 투자의 순간을 묻고 싶었다. 이 질문에 그는 실패의 순간들을 꼽았다. 2005년 그가 휴가 중이었을 때 절친한 지인이자 연쇄 창업자인 짐 클라크 넷스케이프 창업자가 연락을 해왔다. 사위(채드 헐리)가 창업을 했는데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비서에게 창업자와 미팅을 잡으라고 했지만 휴가 뒤에 이를 깜빡했다. 이후 경쟁사인 세쿼이아캐피털이 유튜브라는 서비스에 투자했다는 기사가 떴다. 이후 2007년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되자 세쿼이아캐피털은 1100만 달러의 투자금으로 44배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그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뼈아픈 실수였다”며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실패는 더 아팠다. 1998년 한 친구가 “투자를 받고 싶은데 이왕이면 당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친구가 내건 기업가치는 5500만 달러에 달했다. 샌델 CEO는 “너무 괜찮은 사업 모델이었고 온라인으로 갈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면서도 우리가 생각한 금액의 두 배였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당시 투자를 접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 친구는 현재 시가총액이 1940억 달러에 달하는 넷플릭스를 창업한 리드 헤이스팅스였다. 기업가치가 3880배나 성장한 것이다. 샌델 CEO는 “아주 특별한 사업 모델이라면 기존의 가치 책정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후 실패로 배운 교훈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2002년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가 투자 의향을 타진하면서 ‘절대로 VC들 앞에서 피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조건을 내걸자 항상 파트너가 입회한 가운데 피칭으로 투자를 결정한다는 원칙을 깼다. 그는 “이틀 안에 모든 파트너를 일대일로 피칭하면서 설득했다”며 “회사가 아주 특별하다는 믿음이 있다면 때로는 정해둔 원칙을 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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