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INSIDE] 교보생명-카카오 연합 결렬, 악사손보 인수 불발이 원인
카카오손보, 외부 투자유치 지속 추진
대안으로 MG손보 인수 가능성 커져
교보생명 "인수 후보 중 하나일 뿐"
[서울경제] 이 기사는 2023년 8월 4일 09:23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교보생명과 카카오(035720) 간 연합이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게 되면서 앞으로 교보생명의 금융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카카오의 손해보험 계열사인 카카오페이(377300)손해보험과 함께 최근까지 악사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했으나, 최근 이를 접었다. 교보생명은 MG손해보험 등 다른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카카오페이손보는 공동으로 추진하던 악사손보 인수 검토를 중단했다. 자연스레 교보생명이 카카오페이손보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던 계획도 전면 백지화된 상태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약 400억 원을 투자해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40%를 인수하고, 1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도 완료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사실상 교보생명과의 협력 중단을 공식화한 것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공시를 통해 "(교보생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은) 검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카카오페이손보 완전 자회사 편입은) 그룹 내 지배구조 개선으로 사업 효율화 및 경영 효율성 향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외부 투자 유치 작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교보생명과 카카오페이손보가 연합 계획을 접은 것은 악사손보 인수가 불발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애초에 악사손보 인수를 염두에 두고 카카오페이손보 투자를 검토했던 것인데, 악사손보 인수가 어려워지면서 카카오페이손보 투자가 실효성이 없어진 것이다.
교보생명과 카카오페이손보가 악사손보 인수에 실패한 것은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두 회사는 최초 악사손보의 기업가치를 약 3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협상을 이어갔으나, 악사손보 측에서 최소 4000억~5000억 원 수준의 가격을 고집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여기에 금융지주 전환을 노렸던 교보생명의 행보는 손보업 자체를 키우려는 카카오페이손보와 엇갈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과 카카오페이손보의 악사손보 인수 의지가 생각보다 크진 않았던 것 같다"면서 "다만 악사손보 측에서 가격 조건을 달리해 협상 재개를 요청한다면 교보생명이나 카카오페손보 측에서도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B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손보사 인수가 필요한데도 악사손보 인수 작업을 중단한 것은 MG손해보험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수년간 부실한 상태에 있는 MG손보가 사모펀드보다는 금융기관이 인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실제로 최근 MG손보 매각의 키를 쥐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는 교보생명 측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교보생명은 원활한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금융당국과의 협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MG손보 인수에 나선 사모펀드의 핵심 출자자로 참여했다. 다만 가격과 부채에 대한 처리 등에 대한 이견으로 막판에 거래가 무산됐다.
MG손보는 악사손보에 비해 인수 가격이나 자산 규모 등의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 IB업계에서는 MG손보의 적정 가격을 2000억 원~300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어, 악사손보보다 저렴하다. 반면 자산 규모는 MG손보가 지난해 말 기준 약 4조 4000억 원으로, 악사손보(약 1조 700억 원)보다 4배 이상 크다. MG손보가 최근 몇 년 간 적자 경영을 지속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했지만, 장기적으로 보험업계의 강자인 교보생명과 협력한다면 개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교보생명의 MG손보 인수 추진 여부는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제기한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요구 소송 결과가 나오는 10일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취소가 받아들여지면 매각 주체가 예보에서 다시 JC파트너스로 넘어갈 수 있어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MG손보가 인수 후보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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