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만큼은 좋았는데… 청년층 고용률 6개월째 내리막길

세종=전준범 기자 2023. 8. 9. 14: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년 취업자 수 고령층보다 적었어도
증가 추세였는데 작년 11월부터 감소
덩달아 고용률도 6개월 연속 하락세
이직 잦아지고 대학원·로스쿨 등 선택
“수출·투자 부진해 양질 일자리 적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가 9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줄고 있다. 작년까지는 전체 취업자 증가분에서 고령자 비중이 너무 큰 게 문제였을 뿐 청년층 취업자 수 자체가 감소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고용률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선방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청년층 취업자 수가 내리막길을 타면서 고용률마저 6개월 연속 흔들리고 있다.

고용률은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이다. 청년 고용률은 청년 취업자 수를 청년 인구 수로 나눠 구한다. 학창 시절 코로나19 사태를 만나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청년들이 불안한 마음에 대학원 등 학업 연장을 택하는 일이 늘어 고용률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수준이나 근로시간에 불만을 품고 첫 일자리를 금방 관두는 청년이 증가한 점도 고용률에 일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국내 청년층 취업자 수는 394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만8000명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작년 11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사진은 채용 면접 시험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관리관으로부터 안내를 받는 모습. / 뉴스1

◇ 9개월째 줄어든 청년 취업자…고용률도 반년째 약세

9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청년층 취업자 수는 394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만8000명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작년 11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638만9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9만8000명 증가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대비 감소 없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사실 고령 취업자 수가 청년 취업자를 크게 웃도는 건 고령화·저출생과 맞물려 수년간 지속돼 온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1000만명대 초반에 그쳤던 55~79세 인구는 현재 1500만명을 넘어섰다. 15세 이상 인구의 34%에 달한다. 반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 인구는 84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9000명(2.1%) 줄었다. 15세 이상 인구의 18.5%다.

5월 1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3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고령 취업자만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통계청은 이런 인구 구조 변화를 근거로 들며 “취업자 수 자체는 적을지 몰라도 고용률을 보면 청년층이 나쁘지 않다”고 설명해왔다. 실제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연간 취업자 수를 보면 청년층이 11만5000명 증가하는 동안 60세 이상은 33만명이나 늘었다. 그러나 고용률을 보면 청년층은 전년 대비 0.6%포인트(p), 60세 이상은 0.5%p 상승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올해 들어서부터다. 고령층보다 적은 숫자여도 꾸준히 늘어나던 청년층 취업자 수가 지난해 말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고용률마저 무너졌다. 청년층 고용률은 1월에만 0.4%p 상승하고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째 전년 대비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취업을 미루거나 학업에 좀 더 종사하는 이가 늘었을 수 있다”고 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째 전년 대비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종로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 “취업 나중에” 대학원·로스쿨로

임 과장의 설명은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416만4000명) 가운데 취업시험 준비자는 63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1000명 감소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구직 활동을 했으나 취업하지 못한 사람)도 아닌 상태를 말한다.

이에 따라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6.9%에서 올해 15.2%로 낮아졌다. 통계청은 팬데믹 당시 학교에 다녀 취업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이들 가운데 상위 학교로 진학하려는 사람의 비중이 커진 것으로 파악했다. 취업 준비가 덜 된 만큼 대학원·로스쿨 등으로 진학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취업 대신 학업 연장을 택한 것이 고용률 하락에 영향을 준 셈이다.

출근하는 시민들이 서울 종각역에서 하차하고 있다. / 뉴스1

첫 일자리를 빨리 관두는 청년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졸업 후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 394만7000명 가운데 이직 경험자는 260만1000명으로 65.9%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1.1%p 상승한 수치다. ‘이직 경험자’는 첫 일자리를 관두고 현재 다른 일을 하거나 실업·비경제활동 상태인 사람을 말한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로는 보수·근로시간 등 근로 여건에 대한 불만족(45.9%)이 가장 많았다. 1년 전보다 0.8%p 상승한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취업자 감소와 관련해 “현재 고용을 떠받치는 것은 노인과 여성으로, 정부가 단기 일자리를 만든 효과”라며 “수출 부진으로 기업이 설비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