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아닌 '학원'…관리 사각지대 [사교육 심층진단 12편]
[EBS 뉴스12]
이른바 영어유치원은 일 년 원비가 사립대 등록금의 다섯 배에 이를 정도로 비쌉니다.
그런데 말이 유치원이지, 어디까지나 학원이어서, 영유아 교육 기관이 준수하는 법적 기준을 따를 필요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안전 관리도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황대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올해 초, 인천의 한 유아 영어학원에 아이를 보낸 이 학부모는 강사가 아이를 함부로 다루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인터뷰: A씨 유아 영어학원 학부모
"아이 얼굴 젖히는 거라든지 의자를 갑자기 뒤로 뺀다든지 이렇게 해서 좀 넘어지고 그리고 연속해서 때리더라고요."
아이들이 불안해하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같은 반 학부모들도 잇따라 CCTV 영상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학원 측은 거부했습니다.
90일간 보관한다던 약속과 달리, 남아 있는 영상도 20일치 뿐이었습니다.
인터뷰: B씨 유아 영어학원 학부모
"자기가 자기들이 일부러 지운 건 아니지만 이제 지워졌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저희는 근데 그조차 확인할 수 없었죠."
유아 영어학원은 이른바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면서, 보육과 교육을 동시에 해줄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지위는 엄연히 학원입니다.
CCTV 설치 의무도 없고, 교사의 자격이나 교육과정 내용도 제한받지 않습니다.
자연히, 강사 관리도 중구난방입니다.
강사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전문성을 확인할 방법조차 없습니다.
인터뷰: C씨 유아 영어학원 학부모
"원어민 선생님이 프랑스인인데 영어를 잘한다 이래요 원장이. 그게 법을 다 위반하고 그렇게 한 건데도 불구하고 아직 멀쩡히 그 사람들을 (쓰고 있다)
실제 올해 교육부 전수 조사 결과, 유아 영어학원 301곳이 규정위반으로 모두 518건의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원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조차 알 방법이 없습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달리, 학원은 처분을 받아도 비공개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C씨 유아 영어학원 학부모
"이게 행정처분이 나왔어. 그래서 제가 교육청에 물어봤어요. 행정처분을 뭘 받았나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개인 정보입니다' 그러면 그 재원생 엄마가 물어봐도 결국엔 원장이 말해주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는…."
전문가들은 유아 영어학원도 보육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법적·제도적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희영 공동대표 /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학원법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분명히 정부가 개입을 해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내용이나 반드시 학습해야 할 내용 이런 것들을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유아 영어학원은 5년 새 70% 넘게 늘어 847곳에 이릅니다.
이들이 관리 사각지대로 남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합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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